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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은둔·고립 청년은 단순한 외톨이가 아니다. 도전과 실패, 낙인이 두루 결합돼 청년들은 결국 은둔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클립아트코리아
“그 짤(온라인 유행 콘텐츠를 가리키는 은어) 아세요? 와르르 무너진 건물 앞에 ‘식당 정상 운영합니다’ 푯말이 붙어 있는 사진이요. 제 상태가 그래요. 와르르 무너진 뒤로 다시 쌓아야 해요.”
은둔·고립 청년 당사자 ‘오이’(별명)는 고립 청년 지원 커뮤니티인 ‘존재클럽’에서 만난 저자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은둔·고립 청년 당사자들에게 인 오션파라다이스게임 터뷰 강의를 하게 된 저자에게 오이가 내놓은 고백은 절박했다. “쌓으려면 준비해야죠. 재료도 필요하고, 무너진 곳을 정리해야 해요. 지금은 그러다가 그 한복판에 다시 앉은 느낌이에요.”
은둔·고립 청년. 대부분의 독자는 이 표현을 들을 때 “골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나 하는 한심하며 무력하고 덜떨어진 존재를 상상할 것”이다. 정책 공간에서 설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명하는 은둔·고립 청년의 정의는 ‘은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됐으며 지난 1주일간 경제 활동이 없었고, 1개월 이내에 구직 활동 및 학업을 전혀 하지 않은 청년 또는 현재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 상태에 놓였으며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된 청년’(서울시 기준)이다. 2024년 기준 54만명에 이르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5 바다이야기 조3천억원에 이른다는 게 한국경제인협회의 주장이다.
폐허가 된 식당에 나붙은 ‘정상영업’ 알림 펼침막은 몇 년 전부터 온라인상에 떠도는 유머 중 하나다. 은둔고립청년 ‘오이’는 자신의 처지가 이와 같다고 말했다. 출처 미상
신천지릴게임그 자신도 한때 고립의 경험을 겪은 작가 김고은은 이달 출간한 ‘너무 희미한 존재들’에서 은둔·고립 청년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부여한 이 간편하고 간단한 낙인들을 지워낸다. 5년여의 세월 동안 그가 만나 인터뷰해 온 또래 청년들은 정부와 사회가 규정한 은둔·고립 청년의 딱지를 붙이기 어렵고, 그러므로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바다이야기릴게임 누구보다 은둔의 기억으로 고통받아 온 존재들이다. 걸어온 길도, 처한 자리도 다른 이들의 공통점을 저자는 ‘혼맹’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색을 인지할 수 없는 색맹이나 글을 읽어낼 수 없는 문맹처럼 타자의 영혼을 마주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혼맹’은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이 제시한 개념어다. 콘은 아마존의 루나족과 생활하며 비인간 존재들과 소통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영감을 얻고, 비인간 존재들의 생명력을 감지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상태를 혼맹이라고 규정했다. 비트겐슈타인도 타자를 의식 없는 ‘자동인형’처럼 대하며 영혼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를 단편적으로 다룬 바 있다.
영혼은 우리가 타자와 관계를 맺을 때 합의된 조건이자, 관계를 이어갈 능력 그 자체다. 다른 존재를 마주할 수 없고, 교류할 수 없고, 관계에 참여할 수 없다면 “나는 누구도 인식할 수 없고, 상대도 나를 인식할 수 없으며, 관계는 원래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사라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혼맹 상태의 청년들은 존재를 부정당하기에 생존 자체에 관한 공포를 갖게 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은둔·고립을 택할 수밖에 없다. “놀리면 놀리는 대로 당하고, 괴롭히면 괴롭히는 대로 당하고. (중략) 정말 약하구나. 나는 이제 정말 못 살겠구나.” (당사자 활동가 ‘당근’)
아울러 타인을 믿을 수 없고, 자기혐오에 빠지기 일쑤다. 세상은 이들에게 ‘왜 자신의 몫을 다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들이 은둔과 고립으로 치닫기까지의 분투는 보지 않는다. 실업 상태인 ‘고구마’는 “회사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에서 아르바이트로, 아르바이트에서 백수로” 미끄러졌다. 틱 장애가 있는 그는 면접에서 틱에 관한 이야기만 듣다 발길을 돌리곤 했다고 한다.
너무 희미한 존재들 I 김고은 지음, 동녘, 2만1000원
혹자는 또 이렇게 물을 것이다. 왜 너희 세대만 유난스러운가. 왜 버티지 못하는가. 저자의 설명은 일리가 있다. 지금은 한 사람의 존재와 쓸모를 시장을 통해서만 ‘허가’받을 수 있는 시대다. 저자가 집필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중국 사회학자 샹뱌오는 저서 ‘주변의 상실’(글항아리)에서 “동아시아 모델의 서사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삶이 갈수록 나아진다는 것”이지만 “2010년 이후 청년들의 현실은 더 이상 이 서사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노오력’해도 안 되는 사회에서 미끄러진 청년들은 재도약의 기회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존재를 부정당하고, 끝내 ‘은둔·고립’으로 탈출한다. 은둔·고립 청년 4명 중 3명은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라는 사실은 그들의 탈출 배경과도 직결된 것이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은사 추천으로 취업했지만 직장에서 따돌림을 겪고 은둔하게 된 ‘양상추’, 영어유치원 교사였으나 학부모의 민원으로 그만둔 뒤 혼맹의 상태로 빠져든 ‘토마토’의 사례가 통계 뒤에 숨은 진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단절되고 고립된 이들 청년의 삶에도 역동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패하고 은둔하길 반복하는 삶 안에서 청년들은 아주 작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존재클럽에 모인 이들은 이 안전지대 안에서만큼은 스스로 고립을 깨고 나온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요.” 이들은 “괴로워 본 만큼 타자의 괴로움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을 겪는 청년들을 기다리고 배려한다. 공동체에서의 환대의 경험, “구체적인 이들의 실질적인 관계 맺기”를 통해 처음으로 은둔·고립 청년들은 단단한 땅 위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된다.
“나만 잘살고 싶지 않아요.” 언제라도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며 은둔해 왔다는 ‘마’는 존재클럽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유학을 공부한 저자는 “인자는 자기가 서려고 하면 남을 서게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은둔·고립 청년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은둔·고립 청년은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위험이 닥쳤는지를 아는 사람들”이고, 은둔이라는 최후의 정치 행위를 통해 변화를 겪어낸 이들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시대의 위기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속도와 폭력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기꺼이 남과 함께 서고자 하는 또 다른 인류 말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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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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