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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물류센터처럼 천장이 높은 거대한 창고에 종이책을 담은 상자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서 있다. 알파벳과 숫자로 구획된 ‘상자 책장’에는 무수히 많은 책이 꽂혀 있다. 2024년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드(Claude)’를 운영하는 미국 AI 회사 앤스로픽(Anthropic)이 비밀리에 “파괴적 스캔”을 통해 수백만권의 종이책을 컴퓨터에 입력·학습시킨 뒤 폐기한 작업, 이른바 ‘프로젝트 파나마’를 찍은 사진이다. 해당 사진을 포함해 앤스로픽이 과거 법원에 제출했던 자료가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통해 백경릴게임 공개되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만약 어떤 AI 기업이 1000원에 신문을 한 부 구입한 뒤, 이미 신문값을 치렀으니 신문에 실린 사진과 기사, 칼럼 등을 모두 AI 모델에 학습시킨다면 이는 공정한 행위일까? 여기서 ‘신문’을 ‘책’으로 바꾸면 앤스로픽 사건이 된다. 미 캘리포니아 법원은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공정 이용”이라며 앤 바다신게임 스로픽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9월 앤스로픽이 소송 과정에서 저작권자들에게 합의금 15억달러(약 2조원)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지만, 더 의미심장한 건 앤스로픽의 ‘무단 책 학습=공정 이용’이라는 법원 판결이었다.
‘공정 이용’이란 무엇인가?
미국 내 AI를 바다이야기고래 둘러싼 저작권 관련 분쟁의 핵심은 공정 이용 여부다. ‘공정 이용(fair use)’은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가 명시하고 있는 개념으로 연구, 비평, 학술, 교육, 보도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특정한 목적에 한해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사용토록 한 것이다. 이용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성질과 이용된 부분의 양과 질,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네 가지 바다이야기고래 요소를 살핀다.
앤스로픽 소송의 시작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4년 8월 작가 안드레아 바츠, 찰스 그레이버 등은 작가 집단을 대표해 앤스로픽이 저작권자들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책을 AI 모델 학습에 활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앤스로픽이 인터넷에서 수백만권의 불법 파일을 바다이야기2 다운받아 이를 모델 학습에 활용한 것이 부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고, 이에 따라 앤스로픽은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게 됐다. 이를 두고 AI 모델의 무단 학습에 대한 저작권자의 승리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재판부가 앤스로픽에게 책임을 물은 부분은 저작권 침해가 아닌 불법 파일 활용에 대한 ‘대가 지불 여부’였다.
앤스로픽은 자사 모델 학습에 불법 다운로드 파일과 종이책 모두를 활용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초반엔 온라인 해적 사이트로부터 수백만권의 불법 다운로드 파일을 사용하다, 이후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과거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Google Books Library Project)’를 지휘했던 톰 터비를 2024년 2월 총책임자로 영입했다.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2004년부터 검색 편의를 위해 2000만권 이상의 도서를 스캔해 공개한 프로젝트로, 미 대법원은 2016년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앤스로픽은 수백만달러를 들여 도서관, 중고서점 등에서 종이책을 직접 구입해 이를 절단해서 스캔하고 저장·학습시킨 뒤 나머지 종이들을 파쇄하는 방법으로 수백만권의 책을 추가로 학습시켰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은 이중 불법 다운로드 파일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했고, 종이책을 구입해 저장하고 학습한 것에 대해서는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지난 1월 15일 간담회를 앞두고 배포한 저작권 관련 행동계획 과제 개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제공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저자들의 불만은 마치 학생들이 글을 잘 쓰도록 훈련시키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배제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AI의 ‘학습’을 인간이 타인의 글을 읽고 배우는 과정과 같은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생태계 존속 위한 정책 수립해야
앤스로픽 판결은 저작권자의 명시적 동의 없는 AI 학습을 ‘공정 이용’으로 인정한 판결인 만큼 유사한 소송과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에선 앤스로픽 판결 이후 메타 사건 등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AI 기업의 ‘공정 이용’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지상파 방송 3사가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가별로 정책이나 구체적인 사안에 차이가 있는 만큼 미국의 한 판례가 기준이 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공정 이용’을 저작권자보다 기업의 측면에서 해석하는 경향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김시열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는 “국내에서도 개별 출판사 혹은 협회에 (AI 관련 기업에서) 저작권 관련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데, 학습 대가로 비현실적으로 낮은 액수를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콘텐츠 가격뿐 아니라 활용범위에 대해서도 저작권자로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학습 편의 위주로만 정책을 세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AI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공정 이용과 관련된 규칙과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지난해 말 ‘액션플랜’ 32항에서 ‘인공지능 학습 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 및 유통 생태계 활성화’를 내세우며, AI 학습 시 저작권 활용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기본법 개정안 또는 AI 특별법 제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노대원 제주대 국어교육과·인공지능융합교육전공 교수는 “최근 AI 모델 학습 시 데이터세트를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불투명한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경쟁을 넘어 AI 기술의 개발과 활용이 공동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논의할 기업·국가 간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저작권 기준 완화가 실제 국내 기업들에 이익이 될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변호사)는 “기업의 ‘이용권’ 위주 정책은 두 가지 면에서 생태계를 무너뜨린다고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창작 관련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이고 둘째는 데이터 시장이 만들어질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라며 “저작권뿐 아니라 모든 국제 계약의 기본은 내국 기업과 외국 기업을 차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령 국내 저작권자들이 ‘양보’한다고 쳐도 지브리·오픈AI 케이스처럼 완화된 저작권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외국의 대형 AI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주간경향] 물류센터처럼 천장이 높은 거대한 창고에 종이책을 담은 상자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서 있다. 알파벳과 숫자로 구획된 ‘상자 책장’에는 무수히 많은 책이 꽂혀 있다. 2024년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드(Claude)’를 운영하는 미국 AI 회사 앤스로픽(Anthropic)이 비밀리에 “파괴적 스캔”을 통해 수백만권의 종이책을 컴퓨터에 입력·학습시킨 뒤 폐기한 작업, 이른바 ‘프로젝트 파나마’를 찍은 사진이다. 해당 사진을 포함해 앤스로픽이 과거 법원에 제출했던 자료가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통해 백경릴게임 공개되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만약 어떤 AI 기업이 1000원에 신문을 한 부 구입한 뒤, 이미 신문값을 치렀으니 신문에 실린 사진과 기사, 칼럼 등을 모두 AI 모델에 학습시킨다면 이는 공정한 행위일까? 여기서 ‘신문’을 ‘책’으로 바꾸면 앤스로픽 사건이 된다. 미 캘리포니아 법원은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공정 이용”이라며 앤 바다신게임 스로픽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9월 앤스로픽이 소송 과정에서 저작권자들에게 합의금 15억달러(약 2조원)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지만, 더 의미심장한 건 앤스로픽의 ‘무단 책 학습=공정 이용’이라는 법원 판결이었다.
‘공정 이용’이란 무엇인가?
미국 내 AI를 바다이야기고래 둘러싼 저작권 관련 분쟁의 핵심은 공정 이용 여부다. ‘공정 이용(fair use)’은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가 명시하고 있는 개념으로 연구, 비평, 학술, 교육, 보도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특정한 목적에 한해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사용토록 한 것이다. 이용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성질과 이용된 부분의 양과 질,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네 가지 바다이야기고래 요소를 살핀다.
앤스로픽 소송의 시작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4년 8월 작가 안드레아 바츠, 찰스 그레이버 등은 작가 집단을 대표해 앤스로픽이 저작권자들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책을 AI 모델 학습에 활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앤스로픽이 인터넷에서 수백만권의 불법 파일을 바다이야기2 다운받아 이를 모델 학습에 활용한 것이 부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고, 이에 따라 앤스로픽은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게 됐다. 이를 두고 AI 모델의 무단 학습에 대한 저작권자의 승리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재판부가 앤스로픽에게 책임을 물은 부분은 저작권 침해가 아닌 불법 파일 활용에 대한 ‘대가 지불 여부’였다.
앤스로픽은 자사 모델 학습에 불법 다운로드 파일과 종이책 모두를 활용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초반엔 온라인 해적 사이트로부터 수백만권의 불법 다운로드 파일을 사용하다, 이후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과거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Google Books Library Project)’를 지휘했던 톰 터비를 2024년 2월 총책임자로 영입했다.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2004년부터 검색 편의를 위해 2000만권 이상의 도서를 스캔해 공개한 프로젝트로, 미 대법원은 2016년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앤스로픽은 수백만달러를 들여 도서관, 중고서점 등에서 종이책을 직접 구입해 이를 절단해서 스캔하고 저장·학습시킨 뒤 나머지 종이들을 파쇄하는 방법으로 수백만권의 책을 추가로 학습시켰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은 이중 불법 다운로드 파일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했고, 종이책을 구입해 저장하고 학습한 것에 대해서는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지난 1월 15일 간담회를 앞두고 배포한 저작권 관련 행동계획 과제 개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제공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저자들의 불만은 마치 학생들이 글을 잘 쓰도록 훈련시키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배제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AI의 ‘학습’을 인간이 타인의 글을 읽고 배우는 과정과 같은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생태계 존속 위한 정책 수립해야
앤스로픽 판결은 저작권자의 명시적 동의 없는 AI 학습을 ‘공정 이용’으로 인정한 판결인 만큼 유사한 소송과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에선 앤스로픽 판결 이후 메타 사건 등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AI 기업의 ‘공정 이용’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지상파 방송 3사가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가별로 정책이나 구체적인 사안에 차이가 있는 만큼 미국의 한 판례가 기준이 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공정 이용’을 저작권자보다 기업의 측면에서 해석하는 경향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김시열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는 “국내에서도 개별 출판사 혹은 협회에 (AI 관련 기업에서) 저작권 관련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데, 학습 대가로 비현실적으로 낮은 액수를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콘텐츠 가격뿐 아니라 활용범위에 대해서도 저작권자로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학습 편의 위주로만 정책을 세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AI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공정 이용과 관련된 규칙과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지난해 말 ‘액션플랜’ 32항에서 ‘인공지능 학습 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 및 유통 생태계 활성화’를 내세우며, AI 학습 시 저작권 활용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기본법 개정안 또는 AI 특별법 제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노대원 제주대 국어교육과·인공지능융합교육전공 교수는 “최근 AI 모델 학습 시 데이터세트를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불투명한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경쟁을 넘어 AI 기술의 개발과 활용이 공동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논의할 기업·국가 간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저작권 기준 완화가 실제 국내 기업들에 이익이 될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변호사)는 “기업의 ‘이용권’ 위주 정책은 두 가지 면에서 생태계를 무너뜨린다고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창작 관련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이고 둘째는 데이터 시장이 만들어질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라며 “저작권뿐 아니라 모든 국제 계약의 기본은 내국 기업과 외국 기업을 차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령 국내 저작권자들이 ‘양보’한다고 쳐도 지브리·오픈AI 케이스처럼 완화된 저작권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외국의 대형 AI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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