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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라리아에 걸려 아팠던 적이 있어요.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고 오한에 벌벌 떠는데 하필 우기(雨期)라 비가 많이 왔지요. 결국 병원에 갈 수 없었는데,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 생길까 우려스러운 게 가장 큽니다. 아이들은 언제든 아플 수 있으니까요.”
4살 아이를 키우는 틴다이 가우시(22) 씨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가우시씨가 사는 곳은 말라위 본인신용등급조회 남부 물란제(Mulanje) 현. 옛 수도 블랜타이어에서 약 75km 떨어진 이 지역은 동쪽으로 모잠비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서울의 3배가 넘는 면적이지만 인구는 약 85만 명에 불과하다. 164개의 마을이 흩어져 있으나 의료시설은 단 23곳. 가장 가까운 병원도 걸어서 도보 약 2시간 거리인 11km쯤 떨어져 있어 아이를 데리고 가는 일은 현실적으로 수협담보대출 쉽지 않다.



말라위 남부 물란제(Mulanje) 무사 마을의 이동식 병원. 22일 의료진이 방문하자 병원에 주민들이 몰려든 모습. /현정민 기자


기자가 물란제 현의 무사 마을을 방문한 지난달 22일, 앰뷸런스 두 대 관광비자신청 와 의료진이 도착하자 주민들은 활기를 띤 얼굴로 이내 몰려들었다. 이들이 모인 곳은 10평 남짓 규모의 개방형 건물. 창문 3개와 시멘트 의자 7줄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나 한 달에 한 번 이곳은 무사 마을의 병원으로 탈바꿈해 왔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가 말라위 5개년 지원 프로그램인 모멘텀(MOMENTUM)을 통해 물란제 공공병원 등 기관에 생계자금 소속된 전문 의료진이 매달 이동식 병원(mobile clinic)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이다.
이날도 주민들을 만난 의료진은 반가움의 인사를 건넨 후 서둘러 이들의 몸 상태를 살폈다. 목발을 짚고 온 노인의 다리 상태를 확인하는가 하면, 엄마에게 매달린 아기의 이마에 손을 올려 체온을 확인하기도 했다. 어린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약 3 사용승인신청 0명의 환자들이 모이면서 병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모멘텀은 말라위 정부가 내건 개발 계획 ‘비전 2063(Malawi Vision 2063)’에 발맞춰 2022년부터 시작된 5개년 보건 지원 프로그램이다. ‘티퀘제 우모요(Tikweze Umoyo·체와어로 ‘체력을 기르자’는 뜻)’라는 이름으로 말라위 전역 의료 취약 지역에 장비와 인력을 지원해 왔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1년 간 8000명이 넘는 신생아가 안전한 의료 환경 아래 태어났으며 47만달러(약 6억5311만원)가 넘는 의료 장비와 물자가 보급됐다.
그러나 올해 2월 USAID가 전격 해체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모멘텀 프로그램이 돌연 중단되며 이동식 병원도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특히 타격을 입은 영역은 모자보건(Maternal and Newborn Health·MNH) 사업이다. 앞서 1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원조 동결을 주문하면서 MNH 프로그램에 대해 ‘제한적 면제’ 조치를 취했으나 2월부터 관련 사업이 무차별적으로 중단되면서 현지에선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말라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성 사망비(출생아 10만 명당 225명 사망. OECD 평균은 6명)와 청소년 임신율(31.5%)을 보이는 만큼 충격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말라위 은산제(Nsanje) 현에 거주 중인 애니 무사씨와 딸 그레셔스 베차니씨, 프레즈 베챠니씨(앞줄 왼쪽부터). 2023년 사이클론 프레디(Freddy)' 상륙 당시 무사씨는 유엔인구기금(UNFPA) 측 지원으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물란제 인근 은산제(Nsanje) 현에서도 의료 지원 중단에 우려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2023년 사이클론 ‘프레디(Freddy)’ 로 마을이 침수됐을 당시, 애니 무사(22)씨는 출산을 앞둔 9개월차 임신부였다. 당시 유엔인구기금(UNFPA) 측 지원으로 피난소와 산전 검사, 출산 후 돌봄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으나 예산 삭감이 현실화하면서 이제는 의료 진단이 현실적으로 아예 단절됐다. 특히 은산제 현은 지대가 낮고 사이클론과 홍수 피해가 반복되는 지역인 만큼 무사씨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일각에선 이번 예산 삭감으로 말라위가 원조 이전의 상태도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말라위의 보건 예산 중 약 58.6%가 국제 원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말라위는 2010년대 이후 국제 사회의 지원으로 ▲모성 사망률 ▲청소년 임신률 ▲HIV 감염률 ▲젠더기반 폭력 발생률을 꾸준히 낮춰왔다. 특히 집중적인 예산 지원을 받았던 모성사망률의 경우 2010년(출생아 10만 명당 517명 사망) 대비 절반 이상 낮아지는 성과를 거뒀으나, 인프라가 안정되기 전 지원이 끊기면서 이러한 추세를 이어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플로라 판다자올라 지역 보건예산 담당관은 “지금이야말로 국제 사회의 지속적이고 책임 있는 지원이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원조국들이 빗장을 걸어잠그고, 국가 예산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서 취약 지역의 여성들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며 “말라위를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립과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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