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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누크빌(캄보디아)=김준석 특파원】 "어디가 호텔이고 어디가 웬치(범죄단지)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215㎞가량 떨어진 캄보디아 해안 도시 시아누크빌. 17일 프놈펜에서 3시간여 달려 도착한 시아누크빌은 아름다운 해변과 대조적으로 짓다만 고층 건물들과 호텔·카지노 건물들이 뒤섞여 기이한 풍경을 자아냈다. 대부분의 상점의 간판이 중국어로 적혀 있었으며, 중국 건설사들의 건설 현장이 곳곳 보여 캄보디아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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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캄보디아 남부 해안도시 시아누크빌 내 한 웬치(범죄단지)의 정문에서 배달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준석 특파원



■ "20만명 웬치 거주...세수 대부분 범죄조직서 나와"
미국저금리 시아누크빌 시내의 웬치들은 프놈펜 인근 웬치와 다르게 일반 호텔 건물을 개조하는 등 일상 속에 완벽히 스며든 모습이었다. 고층 건물의 경우 출구가 한 두개로 제한적이어서 탈출의 난이도가 훨씬 높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전언이다. 실제 호텔형 웬치는 입구가 좁았으며, 창문을 쇠창살로 막아 사실상 탈출이 원천봉쇄된 모습이었다.

텔레마케터하는일 한 웬치의 경우 좁은 도로 건너편이 바로 시아누크빌 헌병대였지만 지난주까지 '보이스피싱 공장'으로 운영됐다. 막강한 수사권을 지닌 헌병대도 웬치 내 범죄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캄보디아 정부가 최근에서야 웬치에 대한 급습과 단속에 나서자, 뒤늦게 움직였다. 현지 교민은 "시아누크빌에서만 20만명이 웬치에 살고 있고, 체감식 세수의 절반 이상이 웬치에서 나온다"면서 "시아누크빌 공직자의 대부분이 웬치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의욕을 갖고 수사하겠냐"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17일 캄보디아 남부 해안도시 시아누크빌 내 웬치(범죄단지)에서 한 사람이 흡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준석 특 복리예금은행 파원



■ 중국인→대만인→일본인 이어...'한국인 프리미엄'에 납치·감금 이어져
교민 사회에 따르면 시아누크빌 웬치는 앞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납치·감금은 대만인으로 이후 일본인으로 타깃을 바꿨다. 3~4년 전부터는 한국인을 주요 타깃으로 보고 범행을 자행하고 있다.

한 교민은 "웬치 내 한국인 외에도 인도네시아인, 방글라데시인, 파키스탄인 등 다양한 국적자들이 납치·감금돼 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한국인은 '프리미엄'으로 꼽히며 모집책이 한국에서 넘길 때는 2000~3000달러지만, 중국 조직에 넘길 때는 1만2000달러에 거래가 된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의 사기 수익 시장이 제일 높기 때문이다. 이날 합동대응팀은 저녁 브리핑에서 한 범죄단지에서만 200억대의 범죄 수익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납치·감금자들은 보이스피싱 등에 투입되며 일과를 보낸다. 범죄조직은 카지노 숙소에 감금 시킨 후 숙박비·식비·보안비 명목으로 다시 돈을 빼앗긴다. 현지 교민은 "월 1000만원 번다고 속아 왔지만 숙식비에 술값, 심지어 전기세까지 떼이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웬치 1층에는 대출을 위한 전당포, 식당, 심지어 병원까지 입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범죄조직은 고문 등을 자행한 후 진통제와 연고를 돈을 받고 판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극히 일부지만 보이스피싱 등으로 성과를 낸 한국인들은 수억, 수십억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들 수익자들은 한국으로의 송환을 거부하는 걸로 전해진다.



17일 캄보디아 남부 해안도시 시아누크빌의 한 웬치(범죄단지) 밑 상점들의 모습. 사진=김준석 특파원



■ 현지 교민들 "일시적 현상...다시 돌아올 것" 씁쓸
최근 캄보디아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현지 교민들은 "(뿔뿔이 흩어진) 범죄조직들은 늦어도 1년 뒤엔 다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경찰이 단속에 나선 이후 대다수의 범죄조직은 태국과 필리핀으로 거점을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조직의 경우 PC와 기자재를 서둘러 옮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한국 언론을 통해 캄보디아 사태가 주목 받으면서, 정부 관계자들이 방문해 캄보디아 경찰이 급습했으나 결국 몇 개월 뒤 다시 범죄조직은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기자가 찾은 시아누크빌 내 대다수 웬치들은 한눈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