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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있다는 문을 의 아무것도 나이에 다다르자광둥오페라 죽림애전기의 한 장면 / 사진. 국립극장 제공.


검과 창, 언월도와 방천화극이 부딪히며 자아낸 소리와 전투 장면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호걸들의 일기토를 직관하는 듯했다. 글로 보고 상상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진 진귀한 순간이었다.  광둥 오페라 '죽림애전기'가 지난 12일~13일 서울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됐다. 이번 무대는 국립극장이 마련한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의 일환으로 한국 관객에게 광둥 오페라라는 아시아의 예술 장르를 전막으로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2023년 홍콩 아트페스티벌(HKAF)에서 세계 초연된 이 작품은 발표 당시 홍콩 내에서도 큰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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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에서 두 주인공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은 블루스카이 /사진 제공. 홍콩아츠페스티벌


홍콩에서 서울까지 온 원정 N차 관람  



인천공항에서 단체 사진주식차트공부
을 찍은 블루스카이 /사진 제공. 홍콩아츠페스티벌


홍콩 연극계 인기 스타인 죽림애전기 속 남녀 주인공 '시앙충' 역 람틴우와 '지단' 역 청아키는 실제 부부다. 공연이 시작되기 한시간 전부터 두 부부 배우의 팬클럽인 '블루스카이'가 로비에서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홍콩과 대명엔터프라이즈 주식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수십 명의 팬이 서울을 찾았다. 12일 공연의 객석에는 작품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한국 관객과 홍콩 팬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특히 블루스카이가 주요 장면마다 박수로 이끈 현장 분위기는 'N차 관람'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한국 뮤지컬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방불케 했다. 
동양 전통의 영웅적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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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오페라 죽림애전기에서 중국 전통 무술 동작을 선보이는 지단 역 청 아키 /사진. 국립극장 제공.


작품의 서사는 의천도룡기, 소오강호 같은 홍콩 무협 영화의 정서와 흡사했다. 극 초반 여주 지단이 강한 카리스마로 등장하지만영우통신 주식
, 시간이 흐를수록 남주 시앙총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구조다. 지단이 시앙총과 함께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명예를 회복과 동시에 유품인 거문고(고금)를 찾아 대나무숲을 떠나는 이야기다. 두 주인공은 여정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과 기억, 오래전 약속된 사랑을 되찾는다.



180분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중국 전통 무술과 창검술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검과 창의 격돌, 언월도와 방천화극을 활용한 전투 장면은 현장의 관객들을 압도했다. 무술 장면마다 환호를 외친 한 60대 여성 관객은 "무대에서 검과 창이 맞닿으며 내는 금속 마찰음이 짜릿하게 다가왔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무술 장면 이외에도 눈길을 끈 것은 신분에 따라 다른 등장인물들의 걸음걸이와 손동작이었다. 높은 직책의 도통(장군)과 왕은 특유의 팔자걸음과 과장된 손짓으로 위엄을 드러냈다. 반면에 궁녀들은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몸을 낮춘 채 빠른 걸음으로 등장했다. 서양 오페라에서 바그너의 '라이트 모티브' 기법이다. 광둥 오페라에서는 음악 대신 몸짓과 행위가 모티브로 작용하여 관객은 무대 위 동작만으로 각 인물의 가문과 출신을 읽어낼 수 있었다. 
무대에서 되살아난 전통 회화와 음악  
무대에 흔들리는 수묵화들이 바람이 부는 대나무숲을 생동감 있게 재현했다. 현대의 비디오매핑 기술이 동양미술과 만난 회화적 무대는 이야기가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에서 전개되는 인상을 남겼다. 
무대 왼편에 위치한 12인조 홍콩 전통 악단은 중국 전통 악기인 양금과 비파, '나(징)'와 '대고(북)', 서양악기인 첼로, 색소폰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또렷하고 강렬한 동양적 음색으로 공연을 수놓았다.



중국 전통 악기 양금 / 사진. 조동균





중국 전통 악기 '비파' / 사진. 조동균


광둥 오페라와 중국의 '경극'에 쓰이는 중국 전통 악기들은 고유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대나무 채로 현을 두드려 연주하는 사다리꼴 모양의 타현악기 '양친(양금)'은 맑고 반짝이는 소리를 낸다. 여주인공 지단의 감정 변화를 음악으로 뒷받침했다. 서양 악기 첼로처럼 악기를 세워 찰현하는 배 모양의 '비파'는 극 중 긴장감이 느슨해졌다 긴박해지는 차이를 섬세한 선율과 빠른 속주를 통해 표현했다.  



나고경에 쓰인 사진 속 징과 대고(북) /사진. 조동균


나(징)의 강한 울림은 인물의 등장과 감정 표현 장면을 책임졌다. 대고(북)의 빠른 리듬은 전투 장면에서 주로 연주됐다. 광둥 오페라의 독특한 타악기 체계인 '나고경'은 이번 공연에서도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를 뒷받침하는 숨은 언어로 기능했다.   
일반적인 광둥 오페라에서 서양 오케스트라와 같은 440~442Hz의 주파수로 음정을 조율하지만, 죽림애전기 속 악단은 445Hz로 악기음을 튜닝했다. 죽림애전기의 음악감독 강준걸(제이슨콩)은 "높은 피치로 중국 전통 악기를 연주하면, 밝고 선명한 울림이 만들어져 작품의 서사를 더욱 날카롭고 강렬하게 전달 할 수 있다."라며 악단의 날카로운 음색의 이유를 설명했다.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 



광둥오페라 죽림애전기 무대 인사 장면 / 사진. 국립극장 제공.


홍콩 전통 서사와 악기, 회화적 무대 미술을 경험하게 한 죽림애전기는 서울을 넘어 중국 선전으로 향한다. 이달 중순 개최되는 '일대일로 축제'에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이제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의 다음은 일본의 전통 예술 노가쿠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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