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가협 초대 공동 대표를 맡은 이청자(오른쪽) 씨가 딸 이춘 작가와 옛 사진을 보며 40년 전 활동을 회상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군사독재가 일상을 짓누르던 1980년대, 공안기관 건물 앞과 재판정 복도에는 늘 '보랏빛 수건'을 두른 어머니들이 있었다. 어머니들은 고문과 조작으로 죄 없이 끌려간 자식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12일 창립 40주년을 맞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는 바로 그 어머니들의 절박함이 모여 만들어진 조직이다. 전두환 독재정권이 수많은 노동자와 학생, 재야 게임몰릴게임 인사들을 탄압하던 1985년 12월 12일, 구속된 양심수 가족들은 민가협을 결성했다.
그 한복판에 이청자(84) 씨가 있었다. 그는 1985년 7월 10일 결성된 구속학생학부모협의회(구학협) 초대회장에 이어 민가협 초대 공동대표를 맡아 민주화·인권 운동의 길을 텄다.

지난 8일 오전 남해군 창선면 릴게임사이트추천 자택에서 만난 그는 딸 이춘(62) 작가를 쳐다보며 "구속된 딸을 지키려고 시작했던 일이 결국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 됐네요"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 머리에 수건을 두른 이가 이청자 씨. /김구연 기자

바다이야기게임
딸 구속 후 뒤바뀐 인생 경로
창녕군 부곡면에서 나고 자란 이 씨는 2남 2녀를 둔 평범한 주부였다. 1961년에 결혼한 그는 남편 고향인 남해와 부산에서 살다 1974년부터 남편 직장 문제로 서울서 생활했다. 여러 차례 옮기는 동안 사회활동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런 그가 거리로 나선 것은 1985년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5월에 딸(이춘 작가·62)이 구속되면서다. 딸은 대학 재학 시절인 1985년 4월 고려대 민족자주수호분과위원장을 맡아 '전두환 방미 반대' 학내 시위를 주도하는 등 학생운동 중심에 섰다. 그 시기 서울 구로공단 대우어패럴노동조합 임금 투쟁 지원에 나섰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딸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 릴게임손오공 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을 목표로 삼은 학생조직) 산하 민족자주수호분과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였다. 영등포구치소, 서대문교도소, 의정부교도소, 안동교도소 등에서 총 2년 3개월간 복역했다.
"대학에 간 딸이 학생운동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구속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 씨는 딸 면회를 다니면서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같은 처지인 부모들끼리 아픔을 나누면서 내 자식뿐만 아니라 다른 집 아들·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구속 학생 부모들과 연대를 시작했다. 그렇게 구학협 초대 회장을 맡았다. 5개월 후 구학협과 구속된 노동자의 가족모임 등 5개 조직을 통합한 민가협이 창립됐다. 이 씨는 고민 끝에 민가협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다.
"형사·검사가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사람들 혹은 구속자 가족과 어울리면 자식들에게 불이익이 갈 것이라고 협박하던 시절이었어요. 가정이 흔들리고 그러니까 아무도 회장을 하려는 사람이 없었어요. 다들 춘이 엄마밖에 없다고 했어요."

이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단체 대표를 맡게 되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기 쉬웠어요. 엄마는 나를 비롯해 구속된 학생들을 도울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고, 그 역할을 다른 엄마들과 함께 하셨어요. 영치금도 넣어주시고, 책도 보내주시고…. 면회 못 오는 사람에게도 영치금을 넣어주셨어요."




딸 이춘 작가와 이청자 씨가 남해 창선면 집에서 옛 이야기를 들려주다 웃음 짓고 있다. /김구연 기자


선두에서 "독재 타도, 애국학생 석방" 요구
이 씨는 양심수 엄마들로 구성된 민가협을 이끌면서 구속된 사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인권지킴이'로서 민주주의와 인권 실현에 앞장섰다.
그는 "군부독재 타도하자", "애국학생 전원 석방하라", "내 아들, 딸들을 용공 좌경으로 매도하지 말라", "어용 검사 물러가라"라고 목청껏 외쳤다. 그 과정에서 경찰차에 실려 서울 외곽 허허벌판에 내팽게쳐지기도 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자식들처럼 구호를 외치며 투쟁했다. 민가협은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 재판이 연기됐을 때는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 시위를 전개했다.
이 씨는 하루도 조용하게 넘긴 날이 없었다. 1985년 9월에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기술자' 이근안을 비롯한 경찰관들로부터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한 김근태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 관련 사실을 폭로하는 일이 있었다. 1986년 권인숙 성고문 폭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연세대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사건 등이 잇따랐다. 이 씨를 비롯해 많은 부모가 분개했다.

"무엇보다 박종철 고문치사와 행방불명된 서울대 안치웅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껴져서 분해요. 안치웅은 1985년 구로동맹 파업 지원 시위로 징역 1년형을 받았고, 1986년 석방 후에도 끊임없이 공안 사찰과 감시를 당하다가 1988년 5월 실종됐어요. 안치웅 어머니를 뵐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요."




이춘 작가와 이청자 씨가 함께 산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어렵게 세운 민주주의 훼손 안 돼
이 씨는 딸 출소 뒤에도 3년여간 민가협 어머니들과 활동하다 1990년에 남편과 남해군 창선면으로 돌아왔다. 그는 다시 평범한 주부의 삶으로 돌아갔지만, 민가협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 씨는 △양심수 석방 요구 △고문 실태 폭로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을 했다.
1993년부터는 매주 목요일 '고난 속의 희망'을 상징하는 보라색 수건을 두르고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는 '목요집회'를 열었다. 2019년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25년 넘게 거리에 나가 양심수 존재를 사회에 알렸다.
40년이 흐른 지금, 민가협은 활동을 잇고 있다. 40주년을 맞아 13일 오후 4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특별헌정 공연 '어머니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이 열린다. 민가협은 사진집 '엄마의 보랏빛 꿈'을 발간했고, 20편 분량 미니다큐멘터리 <민가협을 기억하다>를 유튜브에서 공개하고 있다. 내용은 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씨는 많은 사람 희생 속에 뿌리내린 민주주의가 최근 들어 훼손되는 현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12.3 계엄 선포 상황을 TV로 지켜봤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주주의는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가 아니에요. 바퀴를 되돌릴 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도록 계속 앞으로 굴려나가야 합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