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고성군 하일면 한 육상 양식장 수온 조절용 저수조에서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가 일어난 양식장 모습. /독자


경찰과 노동당국이 고성 양식장 저수조 사망 사고 경위 규명과 양식장 운영자 안전의무 위반 여부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노동계는 양식업체 '사업장 쪼개기' 여부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9일 오후 8시 30분께 고성군 하일면 한 육상 양식장 수온 조절용 저수조에서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양식장은 경남에 본사를 둔 수산양식업체 지점으로 알려졌다.
경남경찰청·통영고용노동지청 등 취재 를 종합하면, 이들 신원은 현장소장 ㄱ(50대) 씨, 스리랑카 국적 ㄴ(20대) 씨와 ㄷ(30대) 씨로 확인됐다. ㄱ 씨와 ㄴ 씨는 해당 양식업체 소속이고, ㄷ 씨는 양식업체 대표 배우자가 운영하는 다른 업체 소속으로 밝혀졌다. 당시 숨진 이들 외 다른 작업자는 없었다.
경찰은 사고 과정을 규명하는 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ㄱ 씨 등 발견 당시 저수조는 물이 가득 찬 상태였지만, 투입 당시에도 물이 가득 찼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들이 저수조 청소 등 작업을 하던 과정이었는지, 만일 작업 중이었다면 실제 저수조 상태는 어땠는지 등 안전사고를 비롯한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강력계 관계자는 "저수조 시험 운전, 부검, 현장 감식 등 조사 결과를 확인하려면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며 "그 사이 양식장 운영자, 목격자, 동종 업계 종사자 등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양식업체 상대로 과실 여부도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
만일 저수조 청소 작업 중 발생한 재해로 밝혀진다면 업체 대상 수사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수조 청소는 지자체에 등록된 업체만 영 업할 수 있어서다.
저수조 청소업체 관계자는 "저수조 청소는 약품과 전문 장비를 활용한 수질관리에 가까워 전문 영역"이라며 "밀폐공간 작업이 대다수라서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키면서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는 특성 때문에 질식 등 위험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저수조 청 소는 작업자와 작업 감독자 등 최소 2명이 필요하다. 작업 장소가 밀폐됐다면 환기 작업이 필수다. 청소 과정에는 약품과 장비, 소량의 물이 투입된다.
노동당국은 양식업체 안전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사고 조사를 맡은 통영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저수조 작업과 관련해 안전 의무를 다했는지 등 업체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국내에서 5년 동안 일한 ㄷ 씨가 다른 업체 소속 ㄴ 씨 일을 지원하고자 파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해당 양식장은 5인 미만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5인 미만이면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일부 적용도 제외된다. 5인 미만으로 위장하는 이른바 '사업장 쪼개기'가 의심스럽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는 "이주 노동자는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법률을 회피하거나 어기는 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노동당국은 양식업체 대표 부부가 운영하는 사업장을 동시에 압수수색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4인 미만 사업장에 국한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환석·안지산 기자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