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독립공원 내에 높이 약 14.28m, 폭 11.48m의 석조 건물이 서 있다. 1897년 건축된 독립문이다. 청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민족적 자각을 담아 독립협회가 건립하였다. 서재필을 포함한 개화파 인사들이 자금을 모으고, 프랑스 파리 개선문을 본따 만들었다.
개선문은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서쪽 끝 샤를 드골 광장에 있다. 나폴레옹 1세의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836년에 세워졌다. 주요 역사적 행사가 개선문 아래에서 열렸으며, 1차 세계대전 이후 무명용사의 묘가 이곳에 설치되면서 전사자들을 기리는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바다이야기사이트높이는 50m, 폭은 45m, 깊이는 22m로 웅장하다. 개선문 중앙에는 큰 아치가 뚫려 있고, 그 아래를 지나는 차량과 사람이 개선문의 위엄을 체감한다. 지금도 파리의 역사와 프랑스 민족주의를 당당하게 상징한다.
광장에서 12개의 대로가 방사형으로 펼쳐져있다. 에투알 지하철역에 가까워 관광객들에게 접근성이 좋다. 개선문은 에펠 야마토게임 탑과 함께 파리의 랜드마크다.
레마르크 소설 '개선문'의 주인공, 독일 외과 의사 라비크
개선문은 독일 출신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개선문》은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의 파리를 배경으로 한 사랑과 상실, 정치적 혼란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무대는 1939년이며 작품은 19 신천지릴게임 45년 출간되었다. 소설은 전쟁과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파리 개선문, 서울 독립문, 서재필기념관 재개관 기념식(출처: 재외동포신문), 서재필 박사, 소설가 레마르크. 사진=유영현 제공


모바일릴게임 소설의 중심 인물은 반나치주의자이며 불법 체류자인 외과 의사 라비크이다. 라비크는 독일 출신의 유능한 외과 의사였다. 고문과 수감 생활을 겪은 트라우마를 안고 나치 정권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하였다. 불법 체류자로서 가짜 이름을 사용해 몰래 의사 일을 하고 있지만, 인생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있다.
어느 날 라비크는 세느강에 황금성오락실 몸을 던지려 한 배우 조안나를 구출한다. 조안나와 라비크는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라비키가 체포되어 스위스로 추방된 동안 조안나는 다른 남자와 동거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온 라비키는 이로 인해 좌절에 빠진다.
어느 날 라비크는 자신과 아내를 고문했던 나치 친위대 장교 하이케를 우연히 마주친다. 라비크는 하이케를 죽이는 계략을 세웠다. 복수의 순간, 라비크는 그동안 고통 받아왔던 감정을 표출하고 분노하였다. 그러나 복수가 자신을 더 깊게 고통에 빠뜨릴 것이라는 내적 갈등과 인간성을 드러내어 하이케 복수에는 실패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치 독일의 군사적 팽창이 계속되면서, 파리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전쟁의 공포가 짙어지자 라비크는 의사로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로서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소설 속에는 '칼바도스'라는 술이 자주 등장한다. 포도 생산이 되지 않는 칼바도스에서 사과로 만드는 증류주이다. 하급품의 서민 브랜드다. "탁자 위에 반쯤 남아 놓인" 칼바도스는 파리에서 파편같이 살던 라비크를 위로하고 동행하던 친구였다.
소설의 끝에 조안나는 라비크를 질투하는 동거자에 의해 살해된다. 죽어가는 조안나와 그녀를 떠나 보내는 라비크는 각자의 모국어로 사랑의 고백을 주고받는다. 조안나가 라비크의 품에서 죽는 날, 2차 대전의 포고가 터진다. 라비크는 다른 망명자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파리를 떠난다. 마지막 문장이다.
"광장엔 어둠만 짙게 깔려 있었다. 개선문조차 보이지 않았다."
중국 사신을 맞이하던 '영은문'(迎恩門)을 헐고 독립문(獨立門) 건립을 주도한 서재필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의학 의사다. 서재필은 1864년 태어나 전통적인 유교 교육을 받았다. 그는 곧 개화사상에 눈을 뜨게 되었고, 서양 문물과 근대적 정치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독립문 건립을 주도한, 한국인 최초의 서양 의사 서재필
1882년 임오군란을 겪으면서 그는 동료들과 함께 근대화를 추진하는 개혁 운동에 뛰어든다. 1884년, 서재필은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등과 함께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최초의 개혁 시도인 '갑신정변'을 주도한다.
왕정(王政) 중심의 전통 사회를 개혁하고 일본의 지원을 받아 개화당 정권을 수립하려 했던 그들의 시도는 청나라의 개입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서재필과 그의 동료들은 반역자로 낙인찍혀 목숨을 위협받게 되자 조선을 떠났다. 서재필은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미국에서 그는 서양 문화를 익히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는 '필립 제이슨(Philip Jaisohn)'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공부를 시작해 1892년에 의학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 최초의 서양의학 의사가 된 그는 미국에서의 안락한 삶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정치적 상황을 예의주시했으며, 조국의 독립과 근대화를 위한 활동을 모색하였다. 1895년 조선에서 을미사변(명성황후시해사건)과 갑오개혁이 일어난 후, 서재필은 개화파 지도자들의 요청에 따라 조선으로 돌아와 조선의 근대화와 민중 계몽 활동을 펼친다.
서재필은 1896년에 독립신문을 창간한다. 독립신문은 한국 최초의 한글 신문이다. 그는 민중을 대상으로 한 계몽 운동을 펼쳤다. 조선의 정치적 독립과 근대적 개혁을 촉구하며, 서구의 자유와 민주주의 사상을 널리 알렸다. 나아가 독립협회를 창립하여,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위한 정치 개혁 운동을 주도했다. 독립협회는 민중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주장하며 조선 양반들의 부패를 비판했다.
그러나 그의 활동은 반대 세력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그와 동료들은 점차 고립되었다. 1898년 독립협회가 강제 해산되면서 서재필은 미국으로 돌아가 다시 의사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나라 독립 위한 노력이 무너지자, 서재필은 다시 미국으로
그는 필라델피아 인근 체스터, 메디아, 노리스타운 등 지역의 병원에서 '병리학'(病理學) 의사로 활동하였다. 후에는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저명한 연구소인 '위스타연구소'에서도 활동하였다. 위스타연구소는 동부 최고 명문 의학연구소이다. 나는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수 중 위스타연구소의 시리즈 강의에 자주 참석하여 서재필의 체취를 찾아 헤맸지만, 연구소 안에서 그의 물리적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서재필은 후에, 체스터에서 개업 병원을 운영하였고 나중에는 메디아에서 의료 활동과 저널 작업을 병행하였다. 그는 한국의 독립을 위한 운동도 계속했다. 그는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서 독립운동을 조직하고, 미국 정부와 국제 사회에 한국의 독립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코리아 리뷰'라는 영어 월간지도 발간하고, 독립운동과 여론 형성에 이바지하였다. 그는 부단히 노력하였지만, 효과는 미흡하였다.
서재필은 1945년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왔다. 초대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시민권자인 그에게는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었지만, 제헌 의원 1명의 지지를 받았다. 서재필에게 표를 던진 김동원은 "독립운동에 대한 공로를 국회 의사록에 남기고 싶었다"고 회고하였다.
서재필은 1951년 필라델피아에서 서거하였다. 그 후, 필라델피아 지역 한인 의사 8명이 1975년 서재필기념재단(Philip Jaishon Memorial Foundation)을 설립하였다. 그들은 서재필의 집을 사들이고, 이 건물을 1990년부터 서재필기념관으로 공개하였다.
필라델피아에 머물고 있을 때, 이 기념관을 방문하며 든 생각이다. 《개선문》 속 라비크나 서재필 모두 고통받는 조국 치유를 갈망하며 몸부림친 의사들이었다. 둘 다 혼돈의 시대에 삶의 터전을 떠난 망명자로 살았다. 라비크는 개선문을 마주하고 고통스러운 일상을 영위하였다. 과거 영광을 상징하는 개선문과 대비되는 낡고 찢긴 절망적 현실 속에서, 그는 고통받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연대를 이어가며 분투하는 데 그쳤다.
서재필은 그가 꿈꾸었던 역사적 이상의 상징인 독립문을 마주하지 못한 채 머나먼 타국 필라델피아에 머물렀다. 효과는 미미하였지만, 그곳에서 그는 국제 사회에 조선의 독립을 외치는 공적 인물로 살아갔다. 두 의사의 망명 경험은 이처럼 달랐다.
개선문, 독립문의 지난 역사는 달랐으나, 현재는…
개선문 주변과 몽파르나스 지역에는 숱한 카페들이 있다. 카페 드 라 페, 카페 드 플로르, 라 쿠폴, 레 두 마고 등 오랫동안 유지된 유명한 카페들이 즐비하다. 2003년 학회 참석 중 개선문 주변을 거닐었다. 그때도 많은 사람들이 이 카페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과거, 이 카페들에서 오간 문학, 예술, 철학 분야의 역사를 장식하는 보석 같은 아이디어들이 들리는 것 같았다.
프랑스는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하면 차 소비가 적은 편이지만 이 카페들에서 커피보다 차를 더 즐겼던 작가들도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홍차를, 보들레르는 녹차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프랑스 중흥을 상징하는 웅장한 개선문과 달리 독립문은 암울한 시기의 독립 의지를 보이는 소박한 구조물이다. 건립 당시 주변에는 한적하게 차를 마실 카페가 있었을 리 없지만, 최근에는 역사적 장소를 찾는 사람들을 위하여 많은 카페가 들어섰다. 지금에 이르러 개선문과 독립문은 주변 카페들로 인해 조금 비슷해졌다.
유영현 티클리닉 디렉터(오디오칼럼 1+1이야기 https://www.youtube.com/@yhyoo0906)



유영현 디렉터 (yhyoo@d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