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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으로 삼아 후 인사를 두 버릴까 그런조금 이르지만 어느새 보령5일장에 전어가 나왔다. 먹음직스러운 전어회. /윤혜자 제공손님이 우리 집에 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손님 맞을 준비와 돌아간 후 정리를 하다 보면 몸은 약간 힘들지만 누군가 온다면 일단 환영한다. 이 기회를 빌려 달랑 두 식구라 먹지 못했던 음식을 준비하며 약간 설렌다. 이보다 더 설레는 상황은 같이 먹을 음식의 재료를 손님이 가지고 오는 경우다. 가지고 온 식재료를 적절하게 요리하기는 쉽지 않지만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은 한결 가볍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매우 흔하지 않다.
보령에 와서 새로운 사람을 여럿 만났지만 그중 유일하게 남편이 ‘형’이라고 부르는 분이 있다. 형, 언니, 누나처럼지코 주식
가족에게 사용하는 호칭을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잘 사용하지 못하는 우리에겐 매우 특별한 일이다. 그런데 남편이 이분을 만나고 와서 ‘형’이라 부르고 싶다고 해 조금 놀랐다. 이분은 보령 소행성(우리 부부가 사는 집의 이름)에 두 번 방문한 유일한 손님이기도 한데 고향은 보령이다. 서울에 살며 매달 보령의 세컨드 하우스에 와 5일 정도 머물다 가는데 그펀드사이트
때마다 우리의 안부를 챙긴다. 8월에는 ‘전어와 오징어’를 챙겨 오겠다고 했다. ‘어느새 전어가 나왔다고?’ 나는 집에 손님이 온다는 부담보다 여전히 더운데 전어가 나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입추 지나면서 아침저녁 바람이 아주 잠깐 시원해졌다고 느꼈는데 제철 식재료가 다시 한번 계절 바뀜을 인지시켰다.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주식하기
게 한다.” 전어가 나오면 자동으로 등장하는 속담이다.
바닷속을 오가며 살이 오른 전어가 지방을 듬뿍 머금고 돌아오는 시기는 초가을이다. 전어의 지방 함량은 여름엔 5% 안팎이지만 9~10월에는 15% 가까이 치솟는다. 숯불에 올린 전어가 은빛 껍질을 터뜨리며 내는 고소한 향은 ‘가을의 냄새’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잘 구운 전어를 한 입KT 주식
베어 물면 여름 내내 더위를 견디느라 소진된 몸은 환호작약한다. 몸이 행복하면 마음도 풍요롭다. 자연스럽게 상했던 며느리의 마음도 한풀 꺾이는 것이다. 우리도 마당에서 전어를 구우며 더위에 잠시 잊었던 웃음을 되찾았다.
보령5일장에서 발길을 잡는 전어구이./윤헤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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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나가면 전어와 더불어 가을의 얼굴들이 펼쳐진다. 알이 꽉 찬 꽃게, 물오른 배와 포도도 한곳에 있다. 모두 제철 식재료다. 제철이란 단순히 ‘신선하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자연의 리듬과 인간의 생리적 필요가 맞닿은 지점이다. 여름에 수분 많은 수박과 참외에 끌리는 것은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기 위해서이고, 환절기에 당도 높은 포도와 배에 손이 가는 것은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함이다. 나는 여름내 먹던 오이지에 손이 덜 가면 가을이 왔다고 느낀다. 나의 몸이 수분과 염분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제철에 수확된 농산물은 그렇지 않은 시기의 것보다 맛과 향은 물론 영양도 좋다. 이는 제철 음식이 단지 풍경의 미학이 아니라 몸을 살리는 과학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생산량이 많아 가격은 안정되고, 지역 농가의 수입을 지탱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제철 음식은 곧 경제적·생태적 합리성이다. 그러나 우리 식탁은 점점 제철을 잃는다. 대형 마트는 사계절 내내 딸기와 참외를 진열장에 쌓아두고, 온라인 상점은 ‘365일 딸기’를 새벽마다 집 앞에 놓아준다. 계절과 관계없이 원하는 농수산물을 먹으며 자연의 주기도, 계절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감각도 흐릿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후 변화다. 2010년대 초반까지 서해안 전어 어획량은 연간 3만톤 안팎이었지만 최근 몇 년은 1만톤대로 줄었다.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전어의 회유 경로가 바뀌고, 제철 시기도 달라지고 있다.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배와 포도는 예년보다 수확 시기가 앞당겨졌고 사과 재배지는 점점 북으로 올라간다. 제철의 기준도 기후 변화로 흔들리는 것이다.
제철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이 맺어온 문화의 축적물이다. 한국인의 사계절 식탁은 계절마다 바뀌는 재료와 조리법, 그리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이 모여 형성됐다. 기후 변화로 제철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면, 그것은 맛의 상실을 넘어 문화와 기억의 손실로 이어진다. 사계절 배추가 풍성하니 김장도 점점 하지 않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제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지금 여기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전어를 구워 먹는 순간 우리는 고소한 맛뿐만 아니라 계절의 공기와 햇살, 바다와 들판의 결실을 함께 만끽한다. 그러니 손님이 가져온 전어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계절을 일깨워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또 온다고 하셨는데 그땐 무슨 음식으로 어느 계절을 깨닫게 해줄지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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