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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이제 7명 남았습니다. 세계 곳곳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약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국내에 신고·등록된 피해자 수는 고작 240명(2022년 기준). 대부분이 제대로 된 일본의 사과도 배상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지요. 남은 일곱분의 할머니도 평균 나이 95.7세입니다. 긴 세월 싸워온 할머니들과 이들의 곁을 지킨 이들을 만났습니다.




106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28일 강원 강릉시 저동 강릉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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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7명 중 신원이 공개된 이는 총 5명으로, 박필근(97)·강일출(97)·이용수(97) 할머니 외에 두 명이 더 있다.
이옥선(98) 할머니는 15세이던 1942년, 울산의 여관집에서 일하던 중 일본군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에게 잡혀 중국의 위안소로 끌려가 피해를 입었다. 해방 후에도 중국에서릴게임판매
생활하다 2000년이 돼서야 귀국해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지냈다. 현재는 건강 상태가 악화돼 요양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김경애(95) 할머니는 어릴 때 경남 진주시 옥봉동에 살았다. 1943년엔 '위안부' 징집을 피해 개성의 고모집으로 피신을 가기도 했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다음해 14세가 되던 해 옥봉동 사무소 직원들이 강제로 야마토
끌고 가는 바람에 '위안부' 피해를 당했다. 이후 경남 창원시에서 지낸 김씨는 구순에 가까워져서도 서울 수요시위에 참석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지금은 거동과 소통이 어려워져 요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8월 14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일본백경
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정부 기념식에서 김경애(왼쪽부터), 이옥선,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 유족들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와 김씨 모두 불과 수년 전까지 발언에 적극 나서며 일생을 노력했다. 하지만 이후 말년을 맞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만한 가족KT분석
·지인과는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씨의 경우, 수년 전 나눔의 집에서 그를 돌봤던 배승주(가명) 간호사를 통해 "혈압이 자주 떨어지며 컨디션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지만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고 전해 들었을 뿐이다.
공식 신고된 국내 '위안부' 피해자 240명이라는 숫자와 공개된 증언들. 그게 '위안부' 피해의 전부라고 믿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숨겨진 피해자 다수의 존재는 물론 여전히 고통 받는 생존자들의 근황조차 모른다. '위안부' 피해에 대한 해결 역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들… 규모조차 알 수 없다



2019년 12월 27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부산 출신 이옥선 할머니가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이 각하 결정된 소식을 접한 뒤 발언하는 모습. 당시 이씨는 "일본사람 돈을 가져와 할머니들에게 나눠주고 입을 막으려 했는데 그건 안 되는 거다"라며 "기가 막히고 서운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국가는 1993년 위안부피해자법을 제정한 이후에야 '위안부' 피해자 목록을 공식적으로 접수·관리하기 시작했다. 2018년 마지막 신고자를 끝으로 총 240명이 피해자로 공식 신고됐다. 이들은 위안부피해자법 제3조에 따라, 모두 직접 정부에 피해 신고를 한 뒤 심의위원회의 사료 대조와 전문가 심의 등을 거쳐 피해자로 인정 받는 절차를 밟았다.
1993년 이후 국내외에선 '위안부' 피해 증언대회가 열리는 등 당사자들이 나서야 할 상황이 생겼다. 일부 피해자들은 기꺼이 증언에 나서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신원을 공개했다. 국가 차원에서 피해 신고 시 신원공개 의사를 미리 확인하는 등 최소한의 체계도 갖춰지지 않은 때였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240명 중 신원 공개·비공개 피해자가 각각 몇 명인지조차 파악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2018년에야 피해자들의 신원공개 여부를 조사했다. 당시 생존해 있던 31명 중 10명이 신원공개를 원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생존자 7명 중엔 2명이 비공개 피해자다. 사망 사실을 공개하길 원치 않는 유족도 있어서, 생존자가 세상을 떠나도 국민이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화해·치유재단 해산 후 6년 반… 정부는 멈췄다



서울 중구에 위치해 있던 화해·치유 재단 사무실이 굳게 잠겨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일본과 '위안부 합의'를 체결, 일본으로부터 10억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08억 원)을 받아 2016년 7월 화해·치유재단을 세웠다. 재단은 치유금이란 명목으로 생존자 47명 중 35명에게 1억 원씩, 사망 피해자 유족 199명 중 63명에게 2,000만 원씩 총 46억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피해자들 상당수는 줄곧 재단을 해산하고 10억 엔을 일본에게 되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는 당시 "위로금을 받고 우리를 팔아먹었다"고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 들어 2019년 재단은 공식 해산됐다. 해산 후 운영비·인건비 등을 제하니 56억 원이 남았다.
그로부터 무려 6년 반이 지났지만 정부는 지금까지도 56억 원을 청산하지 않았다. 일본에 되돌려주지도, 피해자들을 위한 사업에도 쓰지 않은 채 방치한 결과 이자만 붙어 59억 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현재 (59억여 원 처분에 대한) 별도 계획은 없다"고만 전했다.
일본은 여전히 '위안부' 피해를 명확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일본 외무성은 국제정세와 외교활동을 기록한 '2025 외교청서'를 발표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피해자들이 최종 승소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언급하며 "한국 법원은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일본은 한국 재판권을 따르는 걸 인정할 수 없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본보에 "빨리 재단 돈 10억 엔을 일본에 돌려주고 사과를 받아내야 하는데, 정부가 그동안 뭘 했느냐"고 물었다. 지금도 피해자의 질문만 계속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마땅한 답변을 할 수 있을까.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