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요새 국무위원 여러분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 성과도 나는 거 같고 평가도 많이 개선되고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제49회 국무회의가 열린 11일, 의사봉을 든 이재명 대통령이 이례적인 감사 인사로 회의를 열었다. 국무위원들에게 각 부처 현안 상황을 채근하며 “왜 이리 늦나” “서둘러 보고하라”고 잡도리한 3주 전 국무회의와는 딴판인 풍경이다. 미소를 머금고 회의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생중계되는 국무회의 내내 예의 농담을 건네거나 장관들에게 “훌륭하다” “(의견이) 좋다”고 칭찬하며 ‘햇볕 정책’에 나섰다.
이날 이 대통령의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던 것은 최근 순항중인 국정지지율의 힘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 인터뷰)를 보면, 이 대통령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3%로, 지난주보다 6%포인트 올랐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5주 만에 60% 고지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서울에서는 70%의 지지율을 확보 해 오랜만에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라는 악재를 두고 진행한 3주 전 국무회의에서 특유의 농담이나 웃음기를 싹 배제한 채 장관들을 몰아붙였던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시종 칭찬을 쏟아냈다. 최고의 칭찬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돌아갔다. 김 장관이 “기업하고 싶은 대한민국”을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로 제안하 자 이 대통령은 “훌륭하십니다.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혐오 표현과 관련해 유럽 등에선 플랫폼 사업자에게 삭제 의무가 있고 안하면 벌칙이 굉장히 강하다. 우리는 처벌조항이 없는데 관련 입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짚자 이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다. 돈 벌겠다고 그런 짓들을 하는데 같이 검토해보자”고 호응했 다.
출석 대상도 아닌 외청, 국세청을 향해서도 칭찬 세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국세청 여기 있느냐”고 물은 뒤 국세청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요새 아주 열심히 잘하고 있는 거 같다. 세 수입도 통합 관리하고”라고 추어올렸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