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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코 하예즈, ‘일바초’, 1859년, 브레라 미술관, 밀라노
'키스'는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주제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19세기 이탈리아 낭만주의 화가 프란체스코 하예즈(Francesco Hayez)의 '일바초(Il Bacio)' 역시 깊은 인상을 주는 걸작으로 꼽힌다. '일바초'는 이탈리아어로 '키스'를 뜻한다. 하예즈는 이 주제로sk컴즈 주식
네 가지 버전(유화 세 점, 수채화 한 점)을 남겼는데,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첫 번째 버전은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작품은 서로 포옹하며 열정적으로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의 극적인 순간을 포착해 강렬한 시각적 임팩트를 선사한다. 남성의 역동적인 자세와 여성의 우아한 곡선이 만들어내는 조화, 그리고 두 인물을 감싸는투자종목
부드러운 빛의 효과는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화가는 의도적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반쯤 가려 개별적 인물보다 키스라는 행위 자체에 시선을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빨간 스타킹에 갈색 망토를 걸친 청년은 애정 어린 손길로 연인의 얼굴을 감싸며 입을 맞추고,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몸을 살짝 젖히며 연인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애상해지수
틋하게 그를 끌어안는다.
하예즈는 신고전주의적 기초 위에 베네치아 화파의 빛나는 색채와 낭만주의적 감성을 결합해 독창적인 화풍을 확립했다. '일바초'는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벽돌 벽, 바닥과 계단의 세밀한 묘사, 실크 드레스의 질감. 외부에서 스며드는 자연광의 미묘한 처리는 신고전주의적 정확성과 베네치아 화파의 색채 감각모바일야마토
을 조화롭게 통합한 하예즈의 기량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의 하늘색 드레스의 섬세한 광택과 질감은 파올로 베로네세가 즐겨 그린 화려한 직물 묘사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중세풍의 건축물 배경은 과거에 대한 향수와 이상화를 드러내어 작품의 낭만적 정서를 한층 고조시킨다.
언뜻 보면, 이 작품은 단순히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키스를 묘사한 것같이 빙그레 주식
보인다. 그러나 그림 속에는 그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가 숨어 있다. 남성의 망토 속에 감춰진 단검,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인물, 계단에 드리운 그림자는 미묘한 불안과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미술사학자들은 이 장면을 젊은 이탈리아 병사가 조국을 위해 전쟁터로 떠나기 전, 연인과 나누는 마지막 작별의 키스로 해석한다.
젊은이는 마치 곧 떠나려는 듯 한쪽 다리를 계단에 올려놓고 있다. 그들에게 허락된 짧은 순간, 젊은 연인들의 격정적인 키스는 젊은이 앞에 닥칠 위험, 그 때문에 더 아프고 안타까운 이별, 그리고 개인의 희생이 모두 함축된 장면이다.
실제로 ‘일바초’는 19세기 이탈리아의 민족적·정치적 통일운동인 ‘리소르지멘토(Risorgimento)’와 관련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당시 이탈리아는 여러 소국으로 분열된 채 오스트리아 제국 등 외세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리소르지멘토는 이탈리아어로 ‘부흥’, 을 뜻하며, 외세로부터 독립하여 통일국가를 건설하고 옛 로마제국 시대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이상을 담고 있었다. 1859년, 사르데냐 왕국은 프랑스 나폴레옹 3세와 동맹하여 오스트리아군을 격퇴했다. 이 승리는 이후 이탈리아 통일의 서막을 열었으며, 마침내 1861년 이탈리아 왕국이 공식 선언되었다.
브레라 미술관에 소장된 버전에서 여성의 하늘색 드레스와 남성의 붉은 스타킹은 프랑스 국기를 연상시키는데, 이는 양국의 동맹과 프랑스에 대한 경의를 암시한다. ‘일바초’는 바로 이 승리를 기념하는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하예즈는 이 작품을 통해 애국심, 그리고 새로 탄생한 조국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고, 사람들은 이에 열광했다.
'일바초'는 연인들의 열정적인 입맞춤을 그린 낭만적 작품이면서, 동시에 이탈리아 통일운동과 애국심을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패러디와 오마주, 포스터, 기념품, 광고 등 다양한 매체에서 변주되며, 예술이 지닌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호소력과 상징적 힘을 보여주고 있다. 감각적 미학과 정치적 메시지를 뛰어난 기법으로 융합한 '일바초'는 이탈리아 낭만주의 회화의 정수로 평가된다.
김선지 작가·'그림 속 천문학'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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