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다를 줄 알았는데…."
집값 하락을 기다리다 지친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정부가 애초에 집값을 낮출 의지가 없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 40%가 강남 아파트 소유자인데 집값 하락 정책을 기대하는 건 헛된 일"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문재인 시즌2'다.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2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해인 2017년 5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누적 10.47% 상승했다. 이재명 정부도 취임 4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3.59% 오르며 비슷한 상승 흐름을 노파심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뚜렷하다. 10월 셋째 주(10월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50% 올라, 2013년 주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마용성광(마포·용산·성동·광진구) 등 '한강벨트' 매수인 지역 중에서는 성동구가 0.99%, 광진구가 0.59% 올라 주간 기준 모두 2013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무주택자들은 "이재명 정부의 공급 약속이 실제로는 규제 완화나 세제 개편으로 이어지지 않아 신호만 던진 꼴"이라고 비판했다.
무주택자들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도한 세금 특혜를 공무원대출 꼽았다.
한 무주택자는 "유명 연예인이 10년 보유한 강남 아파트를 팔아 150억원의 차익을 얻었는데 세금은 고작 8%만 냈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를 손보지 않고서는 강남 아파트 폭등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10년간 사업을 하다 공장을 매각해 150억원의 차익을 올릴 경우 법인세율 기준으로 약 30% 은행 순위 의 세금을 내는데, 국민경제 기여도가 훨씬 큰 기업보다 주택 보유자에게 4배 가까운 세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서울 시민의 절반 이상(52%)이 무주택자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폭등으로 등을 돌렸고, 그 결과 서울시장 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잇달아 참패했다.
무주택자 커뮤니티인 집값정상화시민행동의 회생절차 송기균 대표는 "이재명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무주택자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지만, 여당과 대통령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급등하는 집값을 이렇게 방치할 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무주택자들의 불만은 최고조다.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집값은 다시 오르고 있다.
정부 핵심 참모와 여당 의원의 막말은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에 불이 지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시즌2'의 악몽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무주택자들의 분노를 진심으로 읽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