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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진주문고가 연 <호의에 대하여> 북토크 모습. 왼쪽은 저자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고 오른쪽은 이날 진행을 맡은 박은정 산청 간디고등학교 교사다. /주성희 기자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 〉북토크(책 이야기 삼영엠텍 주식
마당)가 20일 오후 2시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이 책은 지난달 28일 출간된 후 지난 주말까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계속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진주문고가 준비한 이날 행사는 문 전 재판관이 출간 후 처음으로 독자와 만나 책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다. 애초 선착순 200명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가 신청인터넷게임사이트
자들의 요구로 700명으로 늘리고 장소도 급히 바꾸었다. 이날도 대강당 좌석 846석이 꽉 들어찰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모였다.

이번 북토크는 문 전 재판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그에게 진주는 특별한 도시다. 하동 출신인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웠는데, 진주 대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진학할 때까지 옛 남성당한약방을 코스피추천주
운영하며 많은 이들의 도움을 준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이후 문 전 재판관은 김장하 선생의 뜻을 새기며 법조인의 삶을 살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런 이야기는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김장하 선생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2023)와 MBC경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2023)에 잘 담겨 있다.

황금성게임장

북토크에서 이야기하는 저자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이창우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21/551744-1PikkrB/20250921142012967hbmw.jpg" data-org-width="600" dmcf-mid="UDBw6fVZG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1/551744-1PikkrB/20250921142012967hbmw.jpg" width="658">

20일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대강당에서 진주문고 주최로 열린 <호의에 대하여> 북토크에서 이야기하는 저자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이창우 기자


문 전 재판관은 "김장하 선생님은 (북토크에 오지 않고) 식사만 하고 집에 가셨다"는 인사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와 선생의 인연을 아는 이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문 전 재판관은 이날 점심을 김장하 선생과 함께하며 그의 책을 증정했다.
올해 4월 퇴임한 그는 이제 재판관, 판사 등 이전의 공직에 있었던 직함에서 벗어나 작가로 불린다. 이날 북토크 진행자인 박은정 산청 간디고등학교 교사가 호칭을 이렇게 정리하며 이야기를 한결 친근하게 이끌었다.
박 교사는 문 전 재판관의 책을 두고 에세이, 나무 이야기, 독후감, 법률 4권의 책을 읽은 것 같다고 했다. 문 전 재판관은 '착한사람들을 위한 법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자작나무의숲'이란 필명으로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이번 책은 그가 블로그에 책, 나무 이야기, 사법개혁에 관해서 쓴 글 1573편 중에서 추려서 엮은 것이다.

박 교사는 재판관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는지 물었다. 문 전 재판관은 "(처음에는) 상속 포기를 못해 빚을 떠안은 부부 이야기를 법정에서 듣고, 법을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명 법 없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들이 오히려 법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여겼다. '말 대신 계약서'(53쪽)편에 관련 이야기가 있다.




20일 오후 2시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대강당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이날 진주문고 주최로 열린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에세이 북토크가 열렸다. /주성희 기자


글이 가진 힘을 경험한 일화도 나누었다. 2010년 1월 문 전 재판관이 회장으로 있던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하라는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불의에 맞서는 게 선비이고 그게 남명 조식 정신이고, (연구회 해체를) 수긍할 수 없어서 '우리법연구회 해체 주장의 논리적 오류 3가지'를 블로그에 썼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글이 가지는 힘을 느꼈습니다. 현실에서 실패하고 절박하고 억눌린 사람의 글이어야만 울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는 비판적인 글을 쓸 때 상대방을 최대한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법개혁에 관한 글은 굉장히 약하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게 쓰는데,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함입니다. 그렇지 않고 주제를 강하게 담아 쓰면 상대방이 불쾌감으로 듣지 않게 된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을 최대한 존중해서 대화를 하고, 뜻하지 않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호의라고 봅니다. '우리의 호의로 공동체가 움직인다'는 전제가 있어야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이라 생각하며, 이 책의 기본 정신이기도 하죠."
이날 문 전 재판관의 재치 있는 입담에 청중은 여러 번 웃음을 터트렸고, 북토크는 유연하고 즐겁게 흘러갔다.

마지막 20분은 현장 질문을 받았다. 인공지능(AI)이 판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문 전 재판관은 "인공지능을 대폭 활용하겠지만 판사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자료와 통계만으로 판결을 내릴 수 없고, 피고인을 보고 연민의 정을 느끼고,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훌륭한 판사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 외에도 자녀 교육법, 공론의 장을 살리기 위한 대화법, 전관예우, 사법부 신뢰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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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대강당에서 진주문고 주최로 열린 <호의에 대하여> 북토크에서 이야기하는 저자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이창우 기자


이날 충북 충주에서 온 김영태(43) 씨는 "호의가 많아질 수 있는 방법론을 묻고 싶었는데, 북토크에서 어느 정도 답을 얻은 것 같다"면서 "김장하 어른이 많은 걸 주고도 받으려 하지 않았던 것처럼 호의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행할 때, 호인이 많아지고 호의가 가득한 세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진주에 사는 강신영(44) 씨는 세 자녀와 함께 북토크 현장을 찾았다. 강 씨는 "자녀 교육법을 설명할 때 문 전 재판관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지켜주는 것 같아, 나를 반성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남해 상주중학교 3학년 문범주(15) 학생은 "자녀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문 작가의 교육법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NC다이노스 팬인데, 문 작가가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고 해 야구 이야기를 재밌게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그의 동생 문채주(13) 학생은 북토크 질문 중에 '호의를 베풀면 오히려 호구처럼 여기는 이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듣고 자기 경험을 떠올려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북토크 전체 내용은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407쪽. 김영사. 1만 8800원.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