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 수석, 천승현 세종대 교수, 신진 및 중견연구자, 학생연구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구개발(R&D) 혁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공직기강 해이와 솜방망이 징계로 인해 혈세가 낭비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재명 정부가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 분야 예산 투자를 대거 늘린 상황에서 관리·감독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IBS는 지난 2023년 10월 A사와 4840만원 규모의 생활관 통합관리 저축은행 적금금리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1월 선금 242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담당자들은 2024년 2월 진행된 용역결과 보고회의에서 시스템 구현 여부를 실제로 확인하지 않은 채 A사가 캡처 화면으로 설명한 시스템만 보고 검사 결과를 '양호'로 판정한 뒤 용역 계약 잔금을 마저 지급했다. 시스템 구축 완료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감독자·검 원가계산 제비율 사자 등은 해당 과정에서 미확인 이행 확약 공문을 받은 뒤에도 검사조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업체가 파산했다는 점이다. IBS로부터 시스템 구축 계약을 따낸 A사는 2024년 7월 대전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했고 법원은 같은 해 9월 최종 파산을 선고했다. 게다가 IBS는 결과를 실제로 확인하지 않았던 감독자·검사자 채무조정이익 등에 대한 징계위원회에서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이어 담당자에 대한 변상요구도 하지 않았다. 혈세를 돌려받을 길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경징계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IBS 징계 규칙에 따르면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혹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단기코픽스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등에는 해임 처분도 가능하다. 또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인 경우 △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 등에는 강등이나 정직 등의 처분을 내려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역대 최대 규모의 R&D 분야 투자를 예고한 상황에서 공직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산농협대학이주희 의원은 “단순한 개인의 업무태만을 넘어 기초과학연구원의 기강이 해이해져 발생한 국고 손실”이라며 “잘못된 관행과 조직문화에 기반해 업무를 하는 부분은 없는지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례는 IBS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연구기관 전반에서도 유사한 기강 해이 문제가 없는지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IBS측은 “변상요구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