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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왔다. 이제 상자를 들었다. 좋은 잘 서랍을환경단체 관계자가 2022년 8월 4일 낙동강 하류 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물을 와인잔에 받아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녹조가 잔뜩 낀 여름에는 분변 냄새 같은 희한한 악취가 날아올 때도 있고, 녹조 독소가 공기를 타고 날아올 수 있다니까 환기하려고 창문 여는 것도 겁난다니까요. 이런 생활이 벌써 십 몇 년째인데 정부 바뀔 때마다 (정책도) 바뀌고, 어떻게 이렇게 소홀한지 이해할 수 없어요."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경남 창녕군 남지읍의 한 아파트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김미정(59)씨는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4대강 덤프트럭이 왔다갔다'하던 회생절차개시결정 2010년부터 이곳에서 거주한 그에게 녹조로 인한 '초록강'은 익숙한 풍경이다. 2012년 '녹조라떼'라는 신조어와 함께 언론을 달궜던 문제였지만, 점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지역 주민도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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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1년부터 녹조에서 인체에 유해한 '독소'가 나온 부산광역시지방자치단체 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주민의 건강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낙동강 주변 아파트, 농산물, 민물고기, 에어로졸(미세 입자), 주민 콧속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하 MC)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조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조류 독소는 인체에 다량 노출 시 간세포나 신경계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특정 독소는 청산가리 수백, 수천 배로 국민은행아파트담보대출한도 위험할 수 있다는 환경단체의 말에 김씨의 불안은 점차 커졌다.
지난 정부는 줄곧 '문제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근거가 된 환경부 용역 조사는 녹조가 심한 여름철 대신 가을에 시료 채취가 이뤄지는 등 '부실 조사'로 불신을 키웠다.

학교 운동장 흙도 녹색, 민물고기는 울긋불긋



지난 2022년 9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호열(오른쪽에서 두 번째)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단체는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 강물에서만이 아니라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도 에어로졸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남 양산시 물금읍에 사는 사공혜선(43)씨는 2023년 환경단체 조사 당시, 본인이 사는 아파트 거실 공기에서 녹조 독소 0.61ng(나노그램)/㎥이 나왔다. 초등학생 세 자녀를 둔 그는 "여름엔 아이들 다니는 학교 운동장 흙이 녹색을 띨 때도 있어 자녀 건강 문제로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사공씨는 "여름철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자녀에게 두드러기가 나도 이게 녹조 영향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고 걱정된다"며 "안전하게 살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녹조는 민물고기를 잡던 어업인들의 생계 위협으로도 이어졌다. 낙동강 하류인 경남 밀양시에서 내수면(민물) 어업을 해온 류인창(69)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한 8년 전만 해도 메기, 빠가사리, 잉어, 붕어 등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지금은 통 없다"며 "녹조에서 가스가 부글부글 끓어 올라오고 잡히는 물고기도 피부병 걸린 것처럼 울긋불긋하다"고 토로했다. 2022년 낙동강 민물고기에서 MC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어민들이 받는 타격은 더 커졌다. 류씨는 수생태계 악화로 사실상 조업이 어려워져서, 어민들 사이에서는 일부 지원금을 주고 어선을 폐기하게 하는 '자율 감척' 조치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낙동강 하류에서 민물고기를 잡는 어민 류인창씨가 지난해 봄 잡아올린 물고기들 사진. 류씨는 "물고기가 매끈해야 하는데 부스럼 난 것처럼 울긋불긋했다"며 수질 악화로 어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팔 수 없는 상태의 민물고기만 잡히다 보니, 강준치나 외래종 등 정부가 생태계 보전을 위해 수매하는 어종을 잡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한다. 류씨 제공



4대강 보 8개인 낙동강 "조류 우려 많다"
녹조 현상은 물은 잘 흐르지 않고, 오염원 유입은 많고, 수온은 높을수록 발생한다. 녹조 원인인 남세균(남조류)이 먹이로 삼는 가축 분뇨·퇴비가 호수나 유속이 느린 하천에 유입되고, 물이 흐르지 않는 상황에서 남세균이 대량 증식하면서 수면에 모여 물색이 녹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 중 독성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유해 남조류가 MC, 아나톡신 등 독소를 만든다.



더위가 이어진 지난 8월 29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인근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해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된 가운데 녹조제거선이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 영향으로 최근 녹조는 한강 수계나 수도권 호수에서도 발생하지만, 가장 큰 문제 지역은 낙동강이다. 한강(3개), 금강(3개), 영산강(2개)에 비해 낙동강 본류에는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가 8개나 돼서다. 2022년 환경부 조류 보고서도 "낙동강은 높은 수온과 영양염류(플랑크톤의 생성·번식에 필요한 질소·인 등), 본류 구간에 설치된 8개 보 등으로 조류발생 우심(우려)지역이 타 수계에 비해 많다"고 언급한다.
녹조 피해와 공포가 크지만, 현재 한국엔 녹조 독소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처럼, 먹는 물 기준 1ppb(1리터당 1마이크로그램)가 있을 뿐이고 레저나 공기 중 노출에 대한 관리 기준은 없다. 공기 중 녹조 독소가 검출되더라도 그 양이 적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국제적으로도 에어로졸 노출 안전 기준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환경부와 전문가들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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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최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의 녹조 문제 사과 이후,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공동조사를 하기로 합의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낙동강 주민들은 '진짜 녹조 독소가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지' '녹조 독소가 얼마나 있고 건강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궁금하다. 김씨는 "(녹조 독소로 인해) 당장 치매에 걸리진 않아도 누적돼 서서히 신경을 건드린다는데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정부가 (조사) 자료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면사무소에서 건강 대처법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는 농산물도 녹조 물로 키운 것과 아닌 것을 비교해서 데이터를 내놓고 유통 대책도 세워달라"고도 강조했다.

4년 공방에 시간 낭비··· 이제야 해법 고민



2022년 8월 4일 낙동강 하류 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환경단체 관계자가 녹조가 잔뜩 낀 낙동강 물을 와인잔과 손으로 받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물 흐름을 막는 보 개방과 철거 등 '4대강 재자연화'를 녹조 문제의 근본 해법으로 요구 중이다. 하지만 재자연화를 공약한 현 정부 환경부도 '세부 방안은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농업용수 공급 등 보와 관련한 지역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근시일 내 근본적인 해법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녹조 독소를 '식수 안전' 문제로만 보고 관리했던 기존 체계를 넘어, 지역 주민의 보건 안전 차원에서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 가능성과 농산물 내 축적으로 인한 영향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개최된 '녹조 사회재난 해소를 위한 환경보건 심포지엄'에서 전동준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강 내 녹조 독소나 농산물 생물농축 사례가 계속 발견된다면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한 문제"라며 "실제 우려할 만큼의 농도로 독성 물질이 지역 주민 인체에서 발견되는지 우선 확인하고, 우려 수준이라면 보건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