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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제2차 세계대전 '벌지 전투'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9년 벨기에 바스토뉴 부근에서 열린 재연 행사. 바스토뉴=AFP 연합뉴스


제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 솜 전투에서 처음 등장한 영국의 전차는 당시 일선 장병에게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겨 준 신무기였다. 보병 무기가 기껏해야 볼트 액션 단발 소총이었고, 전투에 동원되는 화력 대부분을 기관총에 의존했던 당시 전장에서 모든 총탄을 튕겨 내며 다가오는 강철 상자는 독일군에 있어 말 그대로 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초기 전차는 기술적으로 매우 불안정했고, 이 때문에 전장에 버려진 전차도 많았다. 독일군은 그것을 가져다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 냈고, 대전 말기에는 사상 최초의 전차전이 벌어지기도 이스타코 주식
했다.

전차...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2018년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쿠르스크 전투' 75주년 기념식. 한국일보 자료사진


각국은 전쟁을 통해 전차라는 무기PC 릴게임
의 가능성을 보긴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한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전차를 잡는 데 특화된 무기와 장갑을 갖춘 전차가 나오는가 하면, 보병 화력 지원 용도로 설계된 전차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전차의 개념적 분류만 수십 종류가 튀어나왔지만, 대전 후반기로 갈수록 이 분류는 단순하게 정리됐다. 대전차 전투와 화력 지원이 모두야마토5
가능한 주포, 적절한 방어력과 기동력을 갖춘 전차들이 등장했고, 그런 전차들은 서부 전선 벌지 전투와 동부 전선 쿠르스크 전투에서 대규모로 맞붙으며 현대 지상전은 전차 대 전차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강하게 심어줬다.
상황은 2차 대전 말기 대전차 고폭탄(HEAT)이라는 물건이 보급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군의 '바주카'나 독일의 'R바다이야기예시
PzB-54'와 같이 보병이 들고 쏠 수 있으면서도 적 전차를 일격에 격파할 수 있는 휴대용 무기가 보급되더니, 1960년대에는 적 전차 주포의 유효 사거리 밖에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보병 휴대용 대전차미사일까지 등장했다.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전차 부대가 대전차 미사일로 무장한 이집트 보병 부대에 엄청난 피해를 입으면서 전차의 적은 전차가 아니닥터제프
며, 현대전에서 전차가 쓸모없다는 '전차 무용론'이 점점 힘을 얻기 시작했다.
1970년대 세라믹 등 복합소재를 사용한 복합장갑과 HEAT탄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반응장갑이 개발돼 보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러 소재를 사용해 적층식으로 만든 복합장갑은 HEAT탄의 화학 에너지를 크게 약화하는 효과가 있었고, 전차 외부에 블록처럼 붙이는 반응장갑은 HEAT탄이 아예 전차의 본장갑을 뚫지 못하도록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에 각국은 초고속으로 비행하는 철갑탄으로 적의 장갑재들을 뚫고 들어가는 운동에너지탄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운동에너지탄은 밀도가 매우 높은 관통자를 초고속으로 날려 보내 순전히 운동 에너지만으로 적의 장갑을 관통하는 무기다. 일반 포탄은 초속 1,000m 정도의 속도로 발사되지만, 운동 에너지를 사용하는 철갑탄은 1,400~2,000m/s의 고속으로 발사된다. 즉 크고 무거운 대포에서 발사해야만 하고, 이는 전차를 잡는 핵심 수단으로 전차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전차포 구경은 계속 커져 왔다. 제2차 대전 당시 미국은 76㎜와 90㎜를 썼는데, 전후 105㎜를 거쳐 이제는 120㎜가 표준이 됐다. 소련 역시 85㎜를 쓰다가 100㎜, 115㎜를 거쳐 현재 125㎜를 쓰고 있고,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표준인 120㎜ 활강포는 열화 우라늄을 쓰는 미국제 포탄 기준으로 균질 압연 강판 약 800~900㎜를 관통할 수 있고 텅스텐을 쓰는 한국제 포탄은 740㎜ 정도를 뚫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제 125㎜ 포탄은 최신탄 기준으로 약 640㎜, 중국제는 680㎜ 정도의 관통력을 지닌다. 문제는 전차포의 발전 속도보다 장갑의 방어 속도가 더 빨라 현대 최신 전차의 전면 방어력이 1,000㎜ 이상인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공격 기술보다 빠른 방어 발전 속도



올해 1월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혹한기 공지합동 및 통합화력운용 훈련에서 K1E1 전차가 포를 쏘고 있다. 포천=사진공동취재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유럽은 주포 구경을 130㎜로 키우는 방법을 택했다. 독일이 가장 먼저 개발한 130㎜ 활강포는 1,100㎜ 이상을 관통할 수 있는 위력을 달성했고, 한국의 신형 전차포 역시 비슷한 성능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사실 적 전차의 두꺼운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직관적인 해법이지만, 더 무겁고 큰 포탄을 더 빠른 속도로 날려 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큰 대포와 더 커진 반동을 감당할 수 있는 크고 무거운 차체가 필요하다. 즉, 전차의 대형화·고중량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차세대 전차인 M1E3 개발 계획에서 신형 대구경 전차포 도입을 포기하고 기존 120㎜ 활강포를 소폭 개량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러시아 역시 기존 125㎜ 활강포를 개량해 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최근 열병식에서 공개한 차세대 전차를 통해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주포를 125㎜ 활강포에서 105㎜ 강선포로 바꾼 것이다. 중국이 105㎜ 강선포를 탑재한 전차를 만든 것은 30년 만이다.
중국의 100식 전차는 이전 모델인 99식 전차가 55톤급인 것과 달리 중량이 15톤 줄어든 40톤급 덩치로 등장했다. 승무원은 3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이에 따라 포탑도 무인화했다. 적의 드론이나 대전차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동방어시스템(APS)과 드론 재머, 승무원이 고글을 쓰고 보는 방향대로 움직이는 원격제어식 기관총탑도 설치됐다. 이 신형 전차 크기와 중량은 미국 M1A2 SEP(V)3나 독일 레오파르트 2A8과 같은 최신 전차가 70톤에 육박하는 중장갑 전차로 만들어진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취한 것이다. 도대체 중국은 왜 이런 전차를 만들었을까.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때문이다.

대규모 전차전 0건... 우크라니아 전쟁의 교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2023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전선을 방문, 레오파르트2 전차 앞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 제공


3년 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양측이 대규모 전차를 동원한 지상전을 벌인 사례는 단 1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양측 전차 피해는 대부분 보병 휴대용 대전차 무기, 지뢰, 드론으로 인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의 레오파르트 2A4나 M1A1 전차, 러시아의 T-72/80/90 계열 전차는 강선 회전에 의한 탄도 안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활강포를 가지고 있어 원거리 정밀 사격이 어렵기 때문에 적과 싸우려면 2㎞ 이내 거리로 접근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적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에 반해 105㎜ 강선포는 활강포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포탄을 훨씬 더 먼 거리까지 정밀하게 쏠 수 있다. 전차를 상대할 때는 철갑탄이나 대전차 고폭탄을, 건물이나 보병을 공격할 때는 고폭탄이나 대인탄을 쐈다. 105㎜ 강선포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의 레오파르트 1A5 전차는 4㎞ 안팎 거리에서 정밀 포격을 퍼붓고 자리를 뜨는 방식의 '저격 전차'로 운용되고 있는데, 덕분에 이미 재고가 거의 바닥난 M1A1·레오파르트2 계열과 달리 상당수 전력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105㎜ 주포로 파괴할 수 없는 T-90M 등의 신형 전차가 나타나면 전차를 뒤로 물리고 드론으로 공격하면 될 일이었으니 생존성·범용성이 떨어지는 활강포 탑재 전차보다 105㎜ 강선포 전차가 우크라이나군에 더 유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 105㎜ 주포에서 발사 가능한 사거리 5㎞급 대전차미사일을 가지고 있어 이 105㎜ 주포가 더 유용할 것이다. 이 미사일은 기존 125㎜ 활강포의 유효사거리 대비 2배의 사거리를 가진 것은 물론, 800㎜급 장갑 관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고, 설령 이 미사일로 적 전차를 파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드론을 날려 공격하면 되기 때문에 중국군 입장에서는 주포의 '다운그레이드'가 문제될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100식 전차야말로 현대전의 교훈을 가장 잘 반영한 최강의 전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무엇이 정답인지 판단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기술과 전술이 도입되며 전장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누적됐을 때 앞으로 어떤 형태의 전투가 벌어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고중량·고화력을 지향하는 한국·유럽의 해법과 저중량·범용성을 중시한 중국의 해법 중 미래 전장에 더 부합하는 '정답'은 어느 쪽이 될까.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