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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외조모·모친의 조리법 배워
‘산가요록’ 등 고문헌 제조법 복원도

전통 나물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
미국·호주 등 해외로 수출 성과 올려

전국 390곳 계약재배, 농가소득 기여
한국인 밥상에 살아숨쉬는 자연 음식





고화순 나물 명인이 나물의 영양소 분포와 다양한 요리 방식을 소개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를 목표로 나물의 선물거래방법
음식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2025.7.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한국인의 밥상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자연의 맛이 있다.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조리해 먹는 바로 ‘나물’이다. 데쳐서 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쳐 먹거나, 말려서 묵나물로 만든 바다이야기
뒤 삶고 데쳐 고소한 들기름이나 참기름에 마늘과 파를 넣고 간장으로 무쳐내는 나물 반찬은 맛에 영양까지 더해준다.
과거에는 먹을 것이 귀해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을 식량으로 삼았지만 오늘날에는 건강을 위한 웰빙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채식과 건강식 트렌드가 맞물리며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같은 나물 열풍 속에서 대한민국황금성배당줄
에서 유일하게 ‘고사리 나물 제조’ 분야 식품명인으로 지정된 고화순(55) 명인을 만났다. 외할머니부터 딸까지 4대가 100년 넘게 이어온 나물 명가의 주인공으로,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제90호로 지정됐다.
고 명인은 나물 요리를 ‘무치고 버무리면서 계절과 건강을 담은 반찬’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현재 자신의현대모비스 주식
연구소에서 고사리 나물을 전통 방식대로 시연하며 나물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풍부한 고사리는 섬유소가 많아 변비 예방에 좋고 칼슘도 풍부해 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말려서 보관하면 효소와 미생물 활동을 억제해 부패를 막고 햇볕에 말리는 과정에서 비타민D와 엽산이 생기고 무기질, 식이섬유핸드폰증권
등 영양분은 더 많아져 건강식으로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고 명인은 현존하는 요리책 중 가장 오래된 조선 전기의 ‘산가요록’(1450년)과 ‘산림경제’(1700년대), ‘고사신서’(1771년) 등 23종의 고문헌을 연구하며 고사리의 채취, 데치기, 건조, 묵은 냄새 제거 등 전통 제조법을 복원했다. 그는 “2년 동안 고사리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하며 조리법을 해석하고 재현했다.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요리법 복원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가족이었다. 어릴 적 외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고사리를 뜯고, 삶고, 말리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 고문헌의 조리법을 실현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명인은 처음엔 9가지 묵나물을 주제로 명인에 도전했지만 탈락했고 이후 자신 있는 고사리 나물로 재도전해 명인에 올랐다.
명인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많았다. 특히 ‘정통성’ 입증이 큰 숙제였다.
고 명인은 “평생 고사리를 캐온 외할머니의 활동을 증명할 자료가 없었다. 당시 기록이 문서화 돼 있지 않은 데다 오래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삶을 증언해 줄 이웃들도 대부분 90세가 넘으셨고, 글을 몰라 일일이 메모하고 기록했다. 그리고 한 분, 한 분 녹음을 하고 공증을 거쳤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을 정통성 입증에 매달린 끝에 명인의 꿈을 이뤘다”고 돌아봤다. 이어 “외할머니부터 어머니, 저, 그리고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딸까지 4대에 걸친 100년의 나물 역사가 명인 지정의 정통성을 입증해줬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재 그는 고사리뿐만 아니라 가지, 박, 도라지, 호박, 취나물, 곤드레 등 6종의 묵나물 전통 제조 기능도 보유하고 있다. 20년간의 연구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1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한 책 ‘조물조물 나물 이야기’에는 총 50가지의 나물이 소개돼 있다.
책은 산가요록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나물을 순채류(새순), 경채류(줄기), 과채류(열매), 근채류(뿌리), 엽채류(잎), 산채류(산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분류하고 나물을 고르는 법, 손질·보관법, 계절별 요리법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나물 외에도 궁중 요리에 쓰인 ‘궁채나물’이나 생소한 ‘눈개승마’까지 다뤘고 특히 나물의 특징적인 영양소 분포와 다양한 요리 방식도 소개했다.



2002년 하늘농가(주)를 설립한 고 명인은 2022년엔 부설 ‘나물문화연구소’를 개소해 전통 나물을 활용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도라지무침, 곤드레볶음, 부지갱이볶음, 건 고구마순볶음 등 나물 반찬부터 산채비빔밥 등 간편식(HMR)까지 개발해 국내는 물론 미국, 호주, 홍콩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1년간 준비한 끝에 ‘모둠나물’과 ‘오곡밥’ 제품으로 이슬람 문화권에서 인정받는 할랄(HALAL) 인증을 획득, 이슬람권 수출에도 성공했다. 지난 5월부터는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20여 개 항공사 기내식 납품업체인 ‘게이트그룹’에 ‘야채 찰밥’ 등 3종을 납품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고 명인이 만든 나물 제품은 합성첨가물과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원재료만 사용해 서울 등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6천여개 초·중·고교에 안전한 급식 재료로 공급되고 있다. 또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30종 180개 품목의 나물을 판매하고 있으며 전국 39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농민 소득 향상에도 기여하며 도농상생 기업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나물은 한국인의 밥상에 살아 숨쉬는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다. 이 지혜롭고 소중한 음식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이 꿈”이라며 환히 웃었다.
■고화순 명인은?
▲1969년 경북 울진 출생, 경희대 대학원(경영학 석사)
▲대한민국 식품명인, 고용노동부 기능한국인
▲농업회사법인 하늘농가(주) 대표
▲남양주시 행정지원심의위원, (사)농공상융합중소기업회 이사, 나물 전문 칼럼니스트
▲철탑산업훈장(2022),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2018), 보건복지부장관 표창(2015) 외 다수
▲저서 ‘조물조물 나물 이야기’



남양주/이종우 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