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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메모를 들어와요. 언제나 아니지만[이길상 기자]
▲ 진하게 볶은 커피 원두
ⓒ 위키미디어 공용
커피는 다년생 쌍떡잎식물인 커피나무의 열매로 만든다. 보통 붉은 색이나 노란 색인 커피나무 열매는 체리를 닮았기에 커피체리라고 부른 오리지널골드몽 다. 그렇다고 과일인 커피체리 자체가 커피의 재료는 아니다. 앵두만 한 크기의 체리의 껍질과 과육을 벗기고 나면 나타나는 작은 씨앗이 커피의 재료다. 생두의 색깔은 연녹색 내지는 청록색이다.
이 씨앗을 뽑아 깨끗하게 정제한 후 건조시켜 수분 함량을 10~12퍼센트 정도로 낮춘다. 이것을 생두(green bean)라고 부 릴게임다운로드 른다. 콩은 아니지만 콩을 닮았다고 해서 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생두를 볶으면(로스팅) 커피의 재료인 원두(roasted bean)가 된다. 원두의 수분 함량은 1.5~3%다. 볶는 과정에서 원래의 색은 변해 연한 갈색 내지는 흑갈색으로 변하지만, 모양은 유지되기 때문에 여전히 콩(bean)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커피나무의 원산지인 황금성슬롯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도 커피 생두나 원두를 콩이라고 부를까? 아니다. 커피 생두, 원두, 커피 음료 모두는 콩이나 곡물이 아닌 독립된 실체이기에 독립된 이름 '부나'(Buna, 현지어 ቡና)를 갖고 있다. 커피 씨앗을 볶아서 커피라는 음료를 만들고 유행시킨 아랍 지역에서도 커피 재료와 음료를 콩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고유의 이름 카흐와(Qahwa)가 있 릴게임야마토 다.
커피 씨앗에 콩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 것은 언제부터, 어떤 연유에서 생긴 것일까? 17세기 중반 예멘 주변에서 생산되고 가공된 커피가 오스만 튀르키예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유럽에 커피가 전해진 17세기에는 아직 커피 무역이 크게 성장하기 이전이었다. 향신료 무역이 각광 받던 시절이다. 커피 생두나 원두는 '커피'(coffee) 바다이야기오락실 , '커피 베리'(coffee berries), '커피 시드'(coffee seeds)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커피가 국제적인 무역 상품으로 성장하였고, 이를 주도한 것이 네덜란드와 영국이었다. 18세기 후반 두 나라 사이의 전쟁, 이른바 '영란전쟁' 이후 국제 무역에서 영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무역 물품의 이름이나 단위에 영어식 표현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영국 동인도회사의 전성기였다.
커피 무역을 주도하던 영국 무역업자들이 본 커피 재료는 곡식을 넣는 자루에 담긴 녹색 혹은 갈색의 알갱이였다. 영국인들의 눈에는 곡식이었고, 모양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콩이었다. 결국 '빈(bean)'이라는 영어 이름이 붙여졌다. 식물학적, 과학적 개념이 아니라 무역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은유적 표현이 점차 공식 명칭으로 고착되었다. 1700년에서 1720년대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나라 첫 커피 기록에서도 생두를 콩에 비유
▲ 윤종의가 19세기 후반 서양 세력의 조선 침투를 대비하는 방편을 제시하고자 펴낸 <벽위신편>
ⓒ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커피라는 낯선 음료를 기록할 때 그 재료인 커피 씨앗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신기하게도 '콩'(豆)으로 표현하였다. 1852년, 철종 3년 경이다. 영어를 전혀 모르던 시절이다.
후일 공조판서를 지낸 윤종의(1805-1886)가 관직에 나아가기 직전인 1848년에 1차로 쓰고, 1852년부터 1854년 무렵에 크게 수정과 보완을 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필사본 <벽위신편>(闢衛新編)에서 커피를 언급한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기록이다. 이 책은 천주교의 전래에 따라 무너지는 윤리 의식을 가다듬고, 서양 세력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쓴 인문지리서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지리적 특징, 정세와 종교, 그리고 산물과 풍습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의 권2 '이국전기(異國傳記)' 필리핀(呂宋) 편에서 커피를 이렇게 묘사했다.
필리핀은 커피를 생산한다. 커피는 편두와 비슷하고, 청흑색인데 이를 볶고 삶아 마시는데, 맛은 쓰고 향은 차와 비슷하다. 서양 사람들은 차 대신 이것을 마신다. 呂宋産加非 加非似扁豆靑黑色炒而煮之 味苦香似茶 西洋人用以代茶
'편두'는 우리나라에서 까치콩 또는 제비콩이라고 부르는데, 한쪽이 납작하고 색이 청록색이며, 크기 또한 커피 생두와 비슷하다. 조선 시대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콩이었다. 우리나라의 첫 커피 기록에서도 커피 재료인 생두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콩에 비유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물론 중국의 영향을 받은 기록으로 추측된다. 중국인들이 처음 커피 생두를 보고 콩과 비슷하다고 여겨서 그렇게 표현했는지, 아니면 영어식 표현 '커피 빈'(coffee bean)을 듣고 옮겨적었는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커피콩', 중국에서는 '咖啡豆', 일본에서는 'コーヒー豆'로 표현한다.
콩을 닮은 커피 생두를 볶은 후, 가루로 만들고, 뜨거운 물과 결합해서 음료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볶는 일, 로스팅이다. 아무리 좋은 생두라 해도 제대로 볶지 않으면 제대로 된 커피를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커피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많이 창출되는 지점이 로스팅이다.
지금의 '바둑이콩 사회'
▲ 1997년 9월 25일 자 <경향신문> 기사 "커피 마니아 '7년 각고' '한국형 볶는기계' 개발"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생두를 볶아서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커피 생두를 볶는 로스팅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였다. 기록이 전하는 첫 국산 로스팅 기계가 등장한 것이 1997년이었다. 대구에서 커피명가를 창업하여 운영 중이던 안명규가 "커피 볶는 기계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후 증가한 커피 소비와 카페 창업 열풍을 타고 커피 로스팅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언론에 커피 로스팅 방식을 소개하는 기사가 많이 등장하였다. 그런데 2009년에 로스팅을 소개하는 신문 기사에 원두를 콩에 비유하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바로 '바둑이콩'이다. 그동안 구전되던 용어가 신문에 등장한 것이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였다. 즉, 기계에서 진한 에스프레소 음료를 만들고 여기에 물이나 우유 제품을 섞어서 만드는 아메리카노, 라테, 카푸치노 등의 음료가 유행하였다. 이런 음료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두는 단일 품종이 아니라 여러 품종을 결합하여 만든다. 이른바 블렌딩이다.
블렌딩(blending)은 커피콩 몇 가지를 섞어 바리스타가 원하는 맛을 내는 방식이다. 가격이 낮은 생두 몇 가지를 섞어서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과정, 혹은 저가의 로부스타종을 고가의 아라비카와 섞어서 생산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기도 하다. 로스터리 카페에서는 그 집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된다. '하우스 블렌드' 커피라고 불린다.
커피 원두를 섞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로스팅 전에 섞는 방식과 로스팅 후에 섞는 방식이다. 수분 함량이나 밀도 등 특성이 유사한 생두들은 먼저 섞은 후 로스팅해도 무방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특성에 차이가 많이 나는 몇 가지 생두를 섞어서 볶으면 어떻게 될까? 커피 볶이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어떤 콩은 잘 볶이는 반면에, 어떤 콩은 덜 볶이거나 지나치게 볶이기도 한다. 이런 원두들이 섞여 있으면 외관상 얼룩덜룩한 모습이 된다.
이렇게 생두 각각의 특성을 살피지 않고 마구잡이로 볶아서 얼룩덜룩해진 원두를 부른 이름이 '바둑이 콩'이었다. 바둑이는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어서 바둑돌처럼 보이는 점박이 강아지를 부르는 명칭이다. 로스팅하는 시간은 절약할 수 있지만 상품 가치는 떨어진다. 바둑이콩을 갈아서 커피를 내리면 쓴맛이나 떫은맛 등 바리스타가 의도하지 않은 맛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바둑이콩을 만들지 않으려면 각각의 원두를 색상이 같은 수준으로 로스팅해서 나중에 섞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제 강점기에 등장한 바둑이콩이란 말이 로스팅 붐을 타고 2010년을 전후해서 한동안 유행했다.
인간 사회에도 바둑이콩 현상이 있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태어난 사회 구성원을 하나의 기준으로 가르치고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그렇다.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특성이 존중받는 교육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다. 평가 기준은 하나이고, 교육의 성과는 태어나 자라는 지역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바둑이콩 사회'다. 균형 잡힌 맛은 사라지고 쓴맛과 신맛, 떫은맛이 넘치고 부딪치는 얼룩덜룩한 사회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 끽다점에서 카페까지>의 저자)
덧붙이는 글
▲ 진하게 볶은 커피 원두
ⓒ 위키미디어 공용
커피는 다년생 쌍떡잎식물인 커피나무의 열매로 만든다. 보통 붉은 색이나 노란 색인 커피나무 열매는 체리를 닮았기에 커피체리라고 부른 오리지널골드몽 다. 그렇다고 과일인 커피체리 자체가 커피의 재료는 아니다. 앵두만 한 크기의 체리의 껍질과 과육을 벗기고 나면 나타나는 작은 씨앗이 커피의 재료다. 생두의 색깔은 연녹색 내지는 청록색이다.
이 씨앗을 뽑아 깨끗하게 정제한 후 건조시켜 수분 함량을 10~12퍼센트 정도로 낮춘다. 이것을 생두(green bean)라고 부 릴게임다운로드 른다. 콩은 아니지만 콩을 닮았다고 해서 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생두를 볶으면(로스팅) 커피의 재료인 원두(roasted bean)가 된다. 원두의 수분 함량은 1.5~3%다. 볶는 과정에서 원래의 색은 변해 연한 갈색 내지는 흑갈색으로 변하지만, 모양은 유지되기 때문에 여전히 콩(bean)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커피나무의 원산지인 황금성슬롯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도 커피 생두나 원두를 콩이라고 부를까? 아니다. 커피 생두, 원두, 커피 음료 모두는 콩이나 곡물이 아닌 독립된 실체이기에 독립된 이름 '부나'(Buna, 현지어 ቡና)를 갖고 있다. 커피 씨앗을 볶아서 커피라는 음료를 만들고 유행시킨 아랍 지역에서도 커피 재료와 음료를 콩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고유의 이름 카흐와(Qahwa)가 있 릴게임야마토 다.
커피 씨앗에 콩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 것은 언제부터, 어떤 연유에서 생긴 것일까? 17세기 중반 예멘 주변에서 생산되고 가공된 커피가 오스만 튀르키예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유럽에 커피가 전해진 17세기에는 아직 커피 무역이 크게 성장하기 이전이었다. 향신료 무역이 각광 받던 시절이다. 커피 생두나 원두는 '커피'(coffee) 바다이야기오락실 , '커피 베리'(coffee berries), '커피 시드'(coffee seeds)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커피가 국제적인 무역 상품으로 성장하였고, 이를 주도한 것이 네덜란드와 영국이었다. 18세기 후반 두 나라 사이의 전쟁, 이른바 '영란전쟁' 이후 국제 무역에서 영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무역 물품의 이름이나 단위에 영어식 표현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영국 동인도회사의 전성기였다.
커피 무역을 주도하던 영국 무역업자들이 본 커피 재료는 곡식을 넣는 자루에 담긴 녹색 혹은 갈색의 알갱이였다. 영국인들의 눈에는 곡식이었고, 모양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콩이었다. 결국 '빈(bean)'이라는 영어 이름이 붙여졌다. 식물학적, 과학적 개념이 아니라 무역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은유적 표현이 점차 공식 명칭으로 고착되었다. 1700년에서 1720년대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나라 첫 커피 기록에서도 생두를 콩에 비유
▲ 윤종의가 19세기 후반 서양 세력의 조선 침투를 대비하는 방편을 제시하고자 펴낸 <벽위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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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커피라는 낯선 음료를 기록할 때 그 재료인 커피 씨앗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신기하게도 '콩'(豆)으로 표현하였다. 1852년, 철종 3년 경이다. 영어를 전혀 모르던 시절이다.
후일 공조판서를 지낸 윤종의(1805-1886)가 관직에 나아가기 직전인 1848년에 1차로 쓰고, 1852년부터 1854년 무렵에 크게 수정과 보완을 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필사본 <벽위신편>(闢衛新編)에서 커피를 언급한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기록이다. 이 책은 천주교의 전래에 따라 무너지는 윤리 의식을 가다듬고, 서양 세력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쓴 인문지리서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지리적 특징, 정세와 종교, 그리고 산물과 풍습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의 권2 '이국전기(異國傳記)' 필리핀(呂宋) 편에서 커피를 이렇게 묘사했다.
필리핀은 커피를 생산한다. 커피는 편두와 비슷하고, 청흑색인데 이를 볶고 삶아 마시는데, 맛은 쓰고 향은 차와 비슷하다. 서양 사람들은 차 대신 이것을 마신다. 呂宋産加非 加非似扁豆靑黑色炒而煮之 味苦香似茶 西洋人用以代茶
'편두'는 우리나라에서 까치콩 또는 제비콩이라고 부르는데, 한쪽이 납작하고 색이 청록색이며, 크기 또한 커피 생두와 비슷하다. 조선 시대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콩이었다. 우리나라의 첫 커피 기록에서도 커피 재료인 생두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콩에 비유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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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닮은 커피 생두를 볶은 후, 가루로 만들고, 뜨거운 물과 결합해서 음료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볶는 일, 로스팅이다. 아무리 좋은 생두라 해도 제대로 볶지 않으면 제대로 된 커피를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커피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많이 창출되는 지점이 로스팅이다.
지금의 '바둑이콩 사회'
▲ 1997년 9월 25일 자 <경향신문> 기사 "커피 마니아 '7년 각고' '한국형 볶는기계' 개발"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생두를 볶아서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커피 생두를 볶는 로스팅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였다. 기록이 전하는 첫 국산 로스팅 기계가 등장한 것이 1997년이었다. 대구에서 커피명가를 창업하여 운영 중이던 안명규가 "커피 볶는 기계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후 증가한 커피 소비와 카페 창업 열풍을 타고 커피 로스팅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언론에 커피 로스팅 방식을 소개하는 기사가 많이 등장하였다. 그런데 2009년에 로스팅을 소개하는 신문 기사에 원두를 콩에 비유하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바로 '바둑이콩'이다. 그동안 구전되던 용어가 신문에 등장한 것이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였다. 즉, 기계에서 진한 에스프레소 음료를 만들고 여기에 물이나 우유 제품을 섞어서 만드는 아메리카노, 라테, 카푸치노 등의 음료가 유행하였다. 이런 음료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두는 단일 품종이 아니라 여러 품종을 결합하여 만든다. 이른바 블렌딩이다.
블렌딩(blending)은 커피콩 몇 가지를 섞어 바리스타가 원하는 맛을 내는 방식이다. 가격이 낮은 생두 몇 가지를 섞어서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과정, 혹은 저가의 로부스타종을 고가의 아라비카와 섞어서 생산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기도 하다. 로스터리 카페에서는 그 집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된다. '하우스 블렌드' 커피라고 불린다.
커피 원두를 섞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로스팅 전에 섞는 방식과 로스팅 후에 섞는 방식이다. 수분 함량이나 밀도 등 특성이 유사한 생두들은 먼저 섞은 후 로스팅해도 무방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특성에 차이가 많이 나는 몇 가지 생두를 섞어서 볶으면 어떻게 될까? 커피 볶이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어떤 콩은 잘 볶이는 반면에, 어떤 콩은 덜 볶이거나 지나치게 볶이기도 한다. 이런 원두들이 섞여 있으면 외관상 얼룩덜룩한 모습이 된다.
이렇게 생두 각각의 특성을 살피지 않고 마구잡이로 볶아서 얼룩덜룩해진 원두를 부른 이름이 '바둑이 콩'이었다. 바둑이는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어서 바둑돌처럼 보이는 점박이 강아지를 부르는 명칭이다. 로스팅하는 시간은 절약할 수 있지만 상품 가치는 떨어진다. 바둑이콩을 갈아서 커피를 내리면 쓴맛이나 떫은맛 등 바리스타가 의도하지 않은 맛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바둑이콩을 만들지 않으려면 각각의 원두를 색상이 같은 수준으로 로스팅해서 나중에 섞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제 강점기에 등장한 바둑이콩이란 말이 로스팅 붐을 타고 2010년을 전후해서 한동안 유행했다.
인간 사회에도 바둑이콩 현상이 있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태어난 사회 구성원을 하나의 기준으로 가르치고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그렇다.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특성이 존중받는 교육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다. 평가 기준은 하나이고, 교육의 성과는 태어나 자라는 지역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바둑이콩 사회'다. 균형 잡힌 맛은 사라지고 쓴맛과 신맛, 떫은맛이 넘치고 부딪치는 얼룩덜룩한 사회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 끽다점에서 카페까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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