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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 기자]









▲ 문형배 권한대행, 탄핵 인용 결정문 낭독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하나은행 새희망홀씨ⓒ 사진공동취재단




4월 4일 오전 11시만을 기다렸다. 전날밤은 잠도 설쳤다. 막상 시간이 다가오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초조함을 떨치려 일부러 요리를 하며 시간을 흘러 보냈다. 요리는 하고 있지만 귀는 다른 곳에 집중한다. 헌법재판관 8인의 신협 이율 등장 소식을 알리는 소리에 음식을 하다 말고 TV 앞에 앉았다. 등장마저 엄숙해 마치 내가 헌법재판소 방청석에 앉아 있는 긴장감이 흐른다. 오늘이 있기까지 수많은 반전과 변수들로 장르가 여러 번 바뀌었다. 어떤 작가도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대본을 쓰지 못할 것이다(거부권으로 9인체제가 되지 못한 빈자리가 극적으로 보인다).

대출계산법 작년 12월 3일 블랙코미디 같던 비상계엄이 발생하고 4월 1일 탄핵 심판 선고일이 고지되었으니 숏츠가 유행인 시대에 4개월은 보기 힘든 장편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완주했다. 사실, 그동안 탄핵만 되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3월 중순쯤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예측했고 사안이 간단하니 길어질 이유가 없다는 게 중 학자금대출 지급신청 오류 론이었다. 그러나 여정은 고비마다 변곡점들이 발생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탄핵소추 112일 만에 선고라 역대 최장이니 사상 유례없는 행보긴 하다. 다행인 건 이제라도 시즌을 완결했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관련 기사로 시즌1,2 작성했다)
처음 이 사건이 발생하고 헌재앞까지 도달하는길이 쉽지 않았음을 온 국민이 기억한다. 시민들의 힘 르노삼성 SM5 디젤 으로 비상계엄은 막았지만 탄핵소추 때는 '계엄정당'의 저항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첫 시도에는 8표가 모자라 부결되었고 그건 어떤 힘으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싸움였기에 진퇴양난이었다. 보이콧으로 투표하지 않고 도망간 국회의원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돌아오라고 울부짖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외침은 영화의 한장면처럼 여전히 눈물이 난다.
그 현장을 목도한 시민들은 다시 광장으로 나갔고, 그 힘으로 재표결시 탄핵소추 '가결'을 이끌어 냈으니 매 고비마다 시민들이 함께 했던 것임을 전 세계가 알고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힘겹게 만들어낸 정의 앞에 헌재의 긴 침묵은 이해되지 않았으니 무성한 추측들이 난무했고 혼란과 불안은 증폭되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드라마의 끝은 늘어지고 있었다. 시민들은 이 지루한 드라마의 완벽한 결말을 위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다시 광장으로 모였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고 그 간절함에 사회 각층들이 반응했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 보수 조갑제 선생, 문학 예술인, 한강 작가를 비롯한 작가들의 탄원서가 모아졌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들의 등장과 스님들의 고행 오체투지. 시작을 알렸던 전봉준 투쟁단 의지의 상징 트랙터도 빼놓을 순 없다. 눈물겹도록 그렇게 모든 시민들이 다시 힘을 모았다. 언제나 역사를 바꾸는 건 의병들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듯이.
시민들의 외침에 헌재도 감동한 걸까. 각성하듯 긴 침묵에서 깨어나 시민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선고일을 고지했다. 쿠키 영상처럼 생중계에 일반 방척객도 허용하겠다는 덤과 함께. 그동안 난폭했던 일련의 사건들로 생방송을 안 하면 어쩌나 걱정하고, 식물 '헌재'가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했었는데 생중계라니. 조짐이 나쁘진 않았다.
일반 방청객으로 참가하고 싶은 마음에 온라인 신청을 했지만 대기자만도 수천이라 접수도 못했다. 배정된 20석에 지원자만 9만 6천370명 경쟁률이 4818.5:1 이라니 거의 로또 맞을 확률이다. 텔레비전으로 시청할 수 있는 것만도 어디인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생중계 현장을 숨죽이며 지켜본다. 공정과 상식을 기대하면서.
그동안 피청구인 측이 '계몽령'같은 궤변을 늘어놔도 인용을 의심한 적은 없었지만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듯 방심하는 사이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생기기도 하니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문형배 대행이 피청구인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선고문을 읽어 내려간다. 긴장하고 미세한 떨림이 있지만 단단하다. 단어 하나 하나 문장 전체가 쉽게 알아들을 만큼 완벽하고 퍼펙트한 논리다. 인용을 확신하면서도 긴장은 여전하다. 20여분이 흐르자 '탄핵 사건이기 때문에 시간을 확인하겠다'는 대행의 말에 손이 바짝 타들어갔다. 주문을 선고하기 그 찰나의 순간이 정지된 듯, 고개를 아래로 둔 체 선고문을 읽던 문형배 대행의 시선이 정면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주문한다.
"11시 22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역을 파면한다." 짧고 무거운 단어지만 새털처럼 가볍고 여운은 길었다. 그렇게 4개월 만의 드라마는 끝이 났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피 엔딩으로.
'파면'을 말하는 떨리는 음성이 무한 반복 재생되는 것만 같다. 너무 기쁘면 함성도 안 나온다. 영화가 끝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관객처럼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옆에 같이 손뼉 치며 기뻐할 할 사람이 없어서 그럴는지도 모른다. 내가 있는 이곳은 광장과는 멀다. 그 사실이 슬프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진보 이념이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임에도 말문을 닫고 지내기도 했으니 말해 뭣하겠냐만은.
'윤석열 파면'이라는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에 현실을 실감한다. 멀리 있어도 응원하는 사이가 있음이 감사하다. 탄성하고 함성 지르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진정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없었으면 오늘의 이 해피 엔딩은 없었을지 모른다. 위대한 시민들의 힘이다. 시민들의 함성과 눈물에 나도 울컥한다. 모두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장르는 주인공이 만들어내듯 전 세계가 놀란 시민표 K-민주주의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제 진짜 봄이다. 추운 겨울은 지나갔다. 자축이라도 하고 싶어 배달앱을 켠다. 오늘은 돈을 쓰자.
그리고 모두 고맙습니다. 나라를 위해 멀리서 오신 분들 가까이서 함께하며 지켜주신 분들.저 또한 이번일을 계기로 앞으로 사회 일원으로서 역할도 고민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