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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안녕하세요.”
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이 등에 대고 인사했다. 굽혔던 허리를 펴며 ‘골목대장 할머니’가 고개를 돌렸다. 공연과 예술을 앞세운 젊음의 거리 뒤로 비좁고 오래된 골목이 실핏줄처럼 얽힌 동네였다. 그 골목들 한쪽 끝의 빌라 모퉁이에서 재활용 종이상자를 정리하던 할머니가 ‘이번엔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또 왔어?”
“할아버지랑 주민센터에 갈 일이 있어서요.”
동현의 말에 할머니가 한마디 얹었다.
“동네 사 릴게임가입머니 람들이 좋아서 그렇지, 안 그러면 그 양반 여기서 못 살아.”
탁, 탁, 탁, 탁.
낡은 빌라 안쪽에서부터 ‘그 양반’의 지팡이 소리가 들렸다. 백발의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할아버지’(홈리스야학 활동명)가 한 계단씩 지팡이에 몸을 실었다.
‘여기서’ 살기까지 할아버지에겐 평생이 필요했다. 부모에게 버림 골드몽사이트 받은 발달장애아로 전국을 떠돌았고, ‘보호’와 ‘복지’를 내건 시설들에서 감금·폭행을 당했으며, 주거가 불가능한 장소와 거리에서 잠자리를 구하며 병을 얻었다. 동현이 할아버지 이름으로 엘에이치(LH·한국토지주택공사)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에 신청한 것이 선정됐다. 할아버지 인생에서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첫 집이었다. “따뜻하고, 조용하고, 혼자 밥 먹을 야마토게임다운로드 수 있고, 옷도 빨 수 있고, 테레비도 볼 수 있어서” 할아버지가 지금까지 몸을 눕혔던 곳들 중 “제일 좋았”다. 좋았지만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없었지만 입주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기회가 돌아올지 몰랐다. 동현과 야학 친구들이 할아버지를 도와 이삿짐을 나르고 축하 집들이도 했다.
탁, 1.5층 집까지 8계단이었다. 탁, 고작 8계 백경게임랜드 단을 오르내리느라 할아버지의 ‘여치 다리’는 자주 꺾였다. 탁, 고시원에 살 때도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팔이 부러지거나 목을 다쳐서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이 잦았다. 탁, “빵깐에 있을 땐” 법정 출석 중 넘어져 얼굴을 찧고 아이처럼 울었다. 탁, 보석 출소해 긴급체포 석달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골목 주민들은 반기지 않았다. 탁, 체포 직후 그의 바다신2 다운로드 집에 카메라를 맞춘 화면과 공포를 호소하는 이웃들의 인터뷰가 뉴스를 탔다. 탁, 그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을 땐 이미 다른 사건들로 바쁜 뉴스들은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탁, 할아버지를 꺼리는 시선들만 골목에 남아 여전히 그를 경계했다.
‘그 일’이 있은 뒤 동현은 할머니를 볼 때마다 먼저 인사했다. 불안해서 한동네에서 살 수 없다는 이웃들을 출소 전부터 찾아가 안심시켰다. 자신의 전화번호도 건넸다. “필요할 때 연락하시라”고 했으나 주민들이 전화할 만큼 ‘필요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탁, 탁, 탁, 탁.
계단 8개에 한참의 시간을 쓴 할아버지가 골목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이 동네에서 그 양반이 살 수 있는 이유’를 고지한 할머니를 지나쳐, 탁, 한걸음에, 탁, 한차례씩, 탁, 지팡이를, 탁, 찍었다. 뒤따르던 동현이 할머니의 말에 한마디를, 탁, 얹었다.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할머니가 살짝 밑장을 뺐다.
“그거야 알지.”
주민센터에서 볼일(구속으로 끊긴 장애 연금·수당 재신청)을 마친 뒤 할아버지는 동현이 모는 트럭을 타고 푸드마켓으로 향했다.
“못 내려가.”
마켓은 지하 1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계단 앞에서 할아버지가 걸음 떼길 거부했다.
“그냥 집에 가자.”
동현이 설득했다.
“내려갈 수 있어.”
실랑이가 벌어졌다.
“못 가.”
“아냐. 갈 수 있어요.”
동현의 응원 또는 독려에 할아버지가 용기 또는 기운을 냈다. 난간을 붙잡고 한계단씩 지팡이에 몸을 실었다. 지하 1층에 닿기까지 할아버지의 숨소리가 계단마다 단계별로 커졌다.
“카드 보여주시겠어요?”
마켓 입구에서 직원이 말했다. 푸드마켓은 식품과 생활용품을 기부받아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무료 매장이다. 관내 지역민들이 신청하면 주민센터에서 심사해 월 1회 이용 자격을 준다. 할아버지의 카드를 확인한 직원이 방법을 안내했다.
“다섯 품목까지 고르실 수 있어요.”
매대마다 식품별로 품목 수가 적혀 있었다. 품목은 일종의 가격이었다. 식품 1개당 대개 1품목이었지만 1개에 2품목짜리도 있었고 2개에 1품목짜리도 있었다.
“할아버지, 도가니탕이다!”
동현이 할아버지에게 ‘발견’을 알렸다. 할아버지의 반응은 단호했다.
“안 먹어.”
할아버지는 반대쪽 매대에서 스팸(340g)을 골랐다. 품목을 확인한 동현이 대안을 제시했다.
“그건 2품목짜리야. 하나를 두개로 치는 거야. 이건(200g) 한 품목이야. 어떤 게 좋아? 그거(340g) 하나 할 바엔 이거(200g) 두개가 나을 것 같은데.”
“그럼 그거(200g) 두개.”
동현이 선택을 칭찬하며 말했다.
“좋아, 그럼 벌써 두 품목 쓴 거야.”
‘아기 입맛’ 할아버지는 2개로 만족하지 않았다. 스팸(200g) 4개와 참치캔(☞13회 ‘참치배의 비밀’) 2개를 바구니에 담았다. 동현이 말렸다.
“이렇게 하면 여섯 품목이야. 넘쳤어.”
할아버지가 아쉬워하고 있을 때 동현이 냉동고에서 소등심구이 2개를 꺼냈다.
“할아버지 이거 해. 2개에 한 품목이야. 소고기야 소고기. 냉동실에 뒀다가 먹고 싶을 때 먹어.”
23년 전 동현은 회현역(서울 중구)에서 바짝 마른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길잠 자던 그에게 고시원 방을 얻어줄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소리 지르기는 평생 폭력과 착취에 시달려온 할아버지가 ‘절박함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스팸은 중복이 안 돼요.”
할아버지의 바구니를 보며 계산대 직원이 말했다. 스팸은 용량과 무관하게 1품목씩만 가능했다. 매대로 돌아간 할아버지와 동현이 스팸 1개를 도가니탕으로 바꿔 왔다.
“이건 서비스인데 드릴까요?”
직원이 음료수 캔을 들어 보이며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니요.”
“그럼 이거 드릴까요?”
냉동 닭 안심을 들고 직원이 다시 물었다.
“집에 있어요.”
“물비누 드릴까요?”
“집에 있어요.”
동현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뒀다가 나중에 먹고 써도 되잖아. 받아가요.”
할아버지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뭐든 부족한 사람이었다. 무엇 하나 풍족한 것 없이 살아왔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공짜여도 여분을 챙기지 않았다. 욕심은 세상살이의 근본 자질이었다. 만족을 모르는 세상에서 지적장애로 취급당하는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의 욕심 없음인지도 몰랐다.
“저희가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몇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직원의 말에 할아버지가 ‘꼭 해야 하냐’는 눈짓을 동현에게 보냈다. 동현이 웃으며 “해보시라”고 권했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연세요? (동현 “할아버지 나이.”) 육십… 다섯인가.”(그는 생년월일이 분명치 않았다.)
“수급자세요? 차상위?”
“수급자예요.”
“혼자 사세요?”
“혼자 살아요.”
“물건은 다양하다고 생각하세요?”
“다양해요.”
“이용 전반에 만족하세요?”
“만족… 해요.”
탁, 탁, 탁, 탁. 지팡이에 기대 한참 만에 계단을 오른 할아버지가 집 현관을 열었다.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부터 꺼내 입에 물었다. 마켓에서 받아온 음식들을 냉장실과 냉동실에 나눠 넣었다. 소분한 김치와 반찬들이 냉장고 안에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야학 교사와 학생들이 만들어서 챙겨둔 음식들이었다. 친구들은 주기적으로 찾아와 할아버지의 냉장고를 채우고, 집 청소를 하고, 분리수거를 했다. 할아버지가 구치소에 있을 때도 빈집을 쓸고 닦으며 돌아올 날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에겐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있었다. 친구들이 있었다.
“개선했으면 하는 거 있으세요?”
마켓 직원이 마지막 질문을 했을 때 ‘만족도 높은’ 할아버지가 불만족스럽게 말했다.
“다리 너무 아파요. 엘리베이터 만들어주세요.”
이문영
“안녕하세요.”
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이 등에 대고 인사했다. 굽혔던 허리를 펴며 ‘골목대장 할머니’가 고개를 돌렸다. 공연과 예술을 앞세운 젊음의 거리 뒤로 비좁고 오래된 골목이 실핏줄처럼 얽힌 동네였다. 그 골목들 한쪽 끝의 빌라 모퉁이에서 재활용 종이상자를 정리하던 할머니가 ‘이번엔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또 왔어?”
“할아버지랑 주민센터에 갈 일이 있어서요.”
동현의 말에 할머니가 한마디 얹었다.
“동네 사 릴게임가입머니 람들이 좋아서 그렇지, 안 그러면 그 양반 여기서 못 살아.”
탁, 탁, 탁, 탁.
낡은 빌라 안쪽에서부터 ‘그 양반’의 지팡이 소리가 들렸다. 백발의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할아버지’(홈리스야학 활동명)가 한 계단씩 지팡이에 몸을 실었다.
‘여기서’ 살기까지 할아버지에겐 평생이 필요했다. 부모에게 버림 골드몽사이트 받은 발달장애아로 전국을 떠돌았고, ‘보호’와 ‘복지’를 내건 시설들에서 감금·폭행을 당했으며, 주거가 불가능한 장소와 거리에서 잠자리를 구하며 병을 얻었다. 동현이 할아버지 이름으로 엘에이치(LH·한국토지주택공사)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에 신청한 것이 선정됐다. 할아버지 인생에서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첫 집이었다. “따뜻하고, 조용하고, 혼자 밥 먹을 야마토게임다운로드 수 있고, 옷도 빨 수 있고, 테레비도 볼 수 있어서” 할아버지가 지금까지 몸을 눕혔던 곳들 중 “제일 좋았”다. 좋았지만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없었지만 입주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기회가 돌아올지 몰랐다. 동현과 야학 친구들이 할아버지를 도와 이삿짐을 나르고 축하 집들이도 했다.
탁, 1.5층 집까지 8계단이었다. 탁, 고작 8계 백경게임랜드 단을 오르내리느라 할아버지의 ‘여치 다리’는 자주 꺾였다. 탁, 고시원에 살 때도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팔이 부러지거나 목을 다쳐서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이 잦았다. 탁, “빵깐에 있을 땐” 법정 출석 중 넘어져 얼굴을 찧고 아이처럼 울었다. 탁, 보석 출소해 긴급체포 석달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골목 주민들은 반기지 않았다. 탁, 체포 직후 그의 바다신2 다운로드 집에 카메라를 맞춘 화면과 공포를 호소하는 이웃들의 인터뷰가 뉴스를 탔다. 탁, 그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을 땐 이미 다른 사건들로 바쁜 뉴스들은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탁, 할아버지를 꺼리는 시선들만 골목에 남아 여전히 그를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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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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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살짝 밑장을 뺐다.
“그거야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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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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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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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랑이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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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보여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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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도가니탕이다!”
동현이 할아버지에게 ‘발견’을 알렸다. 할아버지의 반응은 단호했다.
“안 먹어.”
할아버지는 반대쪽 매대에서 스팸(340g)을 골랐다. 품목을 확인한 동현이 대안을 제시했다.
“그건 2품목짜리야. 하나를 두개로 치는 거야. 이건(200g) 한 품목이야. 어떤 게 좋아? 그거(340g) 하나 할 바엔 이거(200g) 두개가 나을 것 같은데.”
“그럼 그거(200g) 두개.”
동현이 선택을 칭찬하며 말했다.
“좋아, 그럼 벌써 두 품목 쓴 거야.”
‘아기 입맛’ 할아버지는 2개로 만족하지 않았다. 스팸(200g) 4개와 참치캔(☞13회 ‘참치배의 비밀’) 2개를 바구니에 담았다. 동현이 말렸다.
“이렇게 하면 여섯 품목이야. 넘쳤어.”
할아버지가 아쉬워하고 있을 때 동현이 냉동고에서 소등심구이 2개를 꺼냈다.
“할아버지 이거 해. 2개에 한 품목이야. 소고기야 소고기. 냉동실에 뒀다가 먹고 싶을 때 먹어.”
23년 전 동현은 회현역(서울 중구)에서 바짝 마른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길잠 자던 그에게 고시원 방을 얻어줄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소리 지르기는 평생 폭력과 착취에 시달려온 할아버지가 ‘절박함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스팸은 중복이 안 돼요.”
할아버지의 바구니를 보며 계산대 직원이 말했다. 스팸은 용량과 무관하게 1품목씩만 가능했다. 매대로 돌아간 할아버지와 동현이 스팸 1개를 도가니탕으로 바꿔 왔다.
“이건 서비스인데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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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그럼 이거 드릴까요?”
냉동 닭 안심을 들고 직원이 다시 물었다.
“집에 있어요.”
“물비누 드릴까요?”
“집에 있어요.”
동현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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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뭐든 부족한 사람이었다. 무엇 하나 풍족한 것 없이 살아왔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공짜여도 여분을 챙기지 않았다. 욕심은 세상살이의 근본 자질이었다. 만족을 모르는 세상에서 지적장애로 취급당하는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의 욕심 없음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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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자예요.”
“혼자 사세요?”
“혼자 살아요.”
“물건은 다양하다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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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전반에 만족하세요?”
“만족… 해요.”
탁, 탁, 탁, 탁. 지팡이에 기대 한참 만에 계단을 오른 할아버지가 집 현관을 열었다.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부터 꺼내 입에 물었다. 마켓에서 받아온 음식들을 냉장실과 냉동실에 나눠 넣었다. 소분한 김치와 반찬들이 냉장고 안에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야학 교사와 학생들이 만들어서 챙겨둔 음식들이었다. 친구들은 주기적으로 찾아와 할아버지의 냉장고를 채우고, 집 청소를 하고, 분리수거를 했다. 할아버지가 구치소에 있을 때도 빈집을 쓸고 닦으며 돌아올 날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에겐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있었다. 친구들이 있었다.
“개선했으면 하는 거 있으세요?”
마켓 직원이 마지막 질문을 했을 때 ‘만족도 높은’ 할아버지가 불만족스럽게 말했다.
“다리 너무 아파요. 엘리베이터 만들어주세요.”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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