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교육, 용소 인공빙벽장에서 49기 단체사진.


산악인이라면 흰 산, 설산雪山, 즉 눈 덮인 고산高山을 꿈꾼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겨울 설산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과 한계를 대비해 부단히 훈련해야 한다. 나에게 올해 1월과 2월은 잊을 수 없는 '겨울' 그 자체였다. 한국등산학교 동계반 49기 교육과정을 수료했기 때문이다. 길을 뚫고 높이를 가는 한국등산학교가 지닌 세 가지 교훈, '성실·인내·안전' 이라는 키워드에 이번 25년 동계반 수료기를 담아본다.
#1 안전(1차 교육 : 생애 첫 빙벽등반)
학교 교훈 '안전'은 등산 자체가 지니고 있는 위험성 때문에 교육 시는 물론, 수료 후에도 늘 유 저축은행 대출 의해야 할 점이다. 1차 교육은 태어나서 처음해 보는 프렌치테크닉, 피켈 사용법, 빙사면 등반, 수직 빙벽등반을 배우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일정이었다. 1차 교육은 1박2일에 걸쳐, 경기도 수락산 은류폭포와 포천 운악산 무지치(무지개)폭포에서 실시되었다.
동계반 입학 첫날, 입소한 동기들의 뜨거운 눈빛이 참 인상적이었다. 선 안산직장인밴드 후배, 동기들과 비등산학교 출신 등 다양했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알파인alpine 동계산악에 대한 열정이 시작부터 이미 충만했다. 입학식은 학생대표의 크고 비장한 선서와 한필석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으로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인 교육훈련, 모두가 처음 크램폰을 착용하고 어색하게 걸으며 '얼음꽝꽝' 걸음마부터 익혔다.
첫날은 운악산자연휴양림 원리금균등상환 계산법 을 예약한 덕에 모두 편하게 숙식할 수 있었다. 다음날, 무지치폭포에서 마주한 거대 자연 빙벽은 놀랍고도 새로운 감동이었다. 마치 암벽등반을 시작했을 때, 웅장한 수직바위를 처음 봤던 느낌과 같았다. 열정 넘치는 강사님들의 가르침과 교육생들의 배움의 의지로 빙벽등반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무르익었다. 어느덧 식사시간, 후배사랑 애정으로 산 속까지 지원해 할부금 주신 동문 선배님들 덕분에 세상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올해 첫 눈꽃을 맞으며 생애 첫 빙벽을 오르던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새하얀 빙벽을 올라붙는 클라이머의 모습이 아름답다.


#2 성실(2차 교육 : 경제전망 빙벽등반 심화)
학교 교훈 '성실'은 등산학교 수료 후에도 성실한 자세로 등산에 임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데 그 근본정신을 두고 있다. 2차 교육은 1차 교육에서 배운 기초를 가지고 반복훈련과 심화학습 실습을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성실'이 중요했다. 2차 교육은 1박2일에 걸쳐, 강원도 양구 광치령, 용소 인공빙벽장에서 실시되었다.
교육훈련 당일 강원도 양구의 새벽아침 온도는 무려 영하 20℃였다. 매서운 추위는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동시에 한편으로 설레게 했다. 빙벽을 더욱 단단하게 얼렸기 때문이다. '등반의 꽃은 역시 겨울 빙벽등반'이라는 말처럼 빙벽등반은 분명 짜릿하고 색다른 매력을 제공한다. 강사님들의 가르침은 1주차보다 더욱 열정적이었다. 진심으로 교육생들을 애정하고 성장을 독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등반마다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동기들의 '파이팅' 외침은 없던 힘까지 샘솟게 해주었다. 빙벽등반의 기초 'X바디'부터 'A바디', 'N바디' 등 응용된 빙벽등반 자세 기술까지 익힐 수 있었다. 양손에 쥔 아이스 바일로 눈얼음을 찍고 익히고 다졌다. 자신만의 루트를 개척하며 한 발 한 발 수직으로 올라붙는 빙벽 클라이머의 모습은 언제 봐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3 인내(3차 교육 : 비박지 구축(설동), 빙계등반, 설상교육)
학교 교훈 '인내'는 등산학교의 힘든 교육과정을 인내하지 않으면 극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동시에 인내하는 자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3차 교육은 깊은 산 속 한가운데, 비박 야영지인 설동을 구축하고 조원들과 함께 팀워크를 이루어 훈련하는 교육이었다.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었다. 2박3일에 걸쳐 이루어진 3차 교육은 강원도 설악산 건폭골(죽음의 계곡)에서 실시되었다.
25kg 넘는 크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눈 덮인 험한 산길을 헤치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까지 각오하고 고산에 도전할 때, 선배 산악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러한 교육과 훈련이 어쩌면 진정한 알피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아닐지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산은 동료애와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겨울산이라는 극한의 추위와 혹독한 환경 한가운데에서 2박3일 동안 동기들과 동거동락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시간을 통해 깨달은 바이다. 마지막 3차 교육훈련으로 함께한 동기 '악우의 정情'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겨울산에서 배운 세 가지 교훈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합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매년 초, 시산제 때 산우들이 한 뜻으로 읊는 노상 이은상이 지은 '산악인의 선서' 앞 문장이다. 이번 한국등산학교 동계반을 통해 겨울산에서의 '성실·인내·안전' 세 가지 교훈을 배웠다. 이러한 교훈과 가치관, 경험을 통해 우리가 진정한 산악인(알피니스트)으로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초가 된 것이라 확신한다. 눈 덮인 고산高山을 꿈꾼다면 언젠가 마주할 겨울을 언제나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겨울이 왔을 때, 나는 이번 겨울에 얻은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우리들의 찐했던 겨울, 2025년 2월 2일, 설악산에서, 동계반 49기 졸업생, 학생대표 정민호.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