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 '여기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이 16일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허기를 채운 손님들이 배를 두들기며 작은 쿠폰을 투명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식자재를 옮기느라 식당 안을 바쁘게 오가던 유우성(45)씨가 잠시 허리를 펴고 생긋 웃었다. “언제든 또 오세요.” 주고받는 대화에 정이 듬뿍 담겼다.
16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식당 ‘여기 밥상’에서 만난 유씨는 “기초생활 수급자와 외로운 어르신들께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릴게임모바일 ”고 말했다. ‘여기 밥상’은 이주민·한부모·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무료급식, 법률·행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기 사회적협동조합’(여기)이 운영하는 곳으로, 유씨는 2020년부터 조합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유씨는 익히 알려진 대로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다. 화교 출신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인 그는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야마토게임예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국내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겨준 혐의로 2013년 기소됐지만, 검찰 증거가 허위로 드러나 2021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우성씨가 16일 구청과 동사무소에 무료로 전달한 '여기 밥상' 식권을 보여주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백경게임

요즘 그는 이곳에서 ‘만능 해결사’로 불린다. 이웃의 어려움을 앞장서 돕다 보니 모두가 그를 찾는다. 특히 법률 지원은 유씨가 도맡고 있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판단해 유관 단체와 연결해 주고, 경찰 조사에 동행하기도 한다.
“국가보안법으로 8개월간 독방에 갇혀있을 때 릴게임몰 할 게 없어서 진술서만 종일 썼어요. 이주민들이 호소하는 피해들을 사건 개요, 요구 사항 중심으로 정리해 변호사에게 전달합니다. 누구보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여기’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주민센터 ‘친구’ 등 여러 단체와도 협약을 맺고 있는데, 이 또한 유씨가 적극 주선했다.
유씨는 ‘여기’ 이사장인 김찬선(68) 야마토릴게임 신부의 제안으로 합류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4년 북한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유씨가 성당에서 교인에게 정착지원금 사기를 당했을 때 김 신부가 유씨를 도우며 시작됐다. 2009년에는 탈북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만든 김 신부를 도와, 유씨가 장학금 신청서를 받는 일을 했다. 그런데 그 ‘장학금 신청서’가 검찰에 넘어간 뒤 북한에 보낼 ‘탈북자 명단’으로 둔갑했다. 유씨는 “너무나 억울해서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복지사업은 쳐다도 안 볼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유우성(맨 오른쪽)씨가 16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식당 '여기 밥상' 주방에서 김찬선(맨 왼쪽) '여기' 이사장, 조리 담당 직원과 나란히 서서 사진 촬영에 응했다. 임지훈 인턴기자


유씨가 마음을 바꾼 계기는 이따금씩 하던 봉사활동이었다. ‘여기’에서 만난 이주민과 한부모에게서 홀로 가족 없이 남한으로 넘어와 외로웠던 젊은 시절과, 아무것도 모른 채 검찰 조사를 받으며 덜덜 떨었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졌다. 공무원 시절 한 통의 전화도 떠올랐다. 그는 “한 탈북민이 같은 동포가 서울시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상담 요청을 했다”며 “그때는 자칫하면 같은 혐의로 엮일지 몰라, 도와줄 수 있어도 연락을 피했다”고 회상했다.
이제라도 대학원에서 공부한 사회복지학과 그간의 경험을 살려보자고 결심했다. 유씨는 “조합 일을 하면서 오히려 트라우마를 빨리 치유한 것 같다”며 “원치는 않았지만 그 일로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씨는 다시 뉴스의 중심으로 소환되고 있다. 검찰 공소권 남용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유씨 사건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 검색 플랫폼 ‘빅카인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일 16일까지 ‘유우성’과 ‘검찰’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기사는 총 53건이었다. 유씨는 검찰개혁과 국가보안법에 대해 단호하게 목소리를 냈다.
그는 “수사와 기소를 같은 조직에서 하니 잘못이 있어도 묻어두거나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이라며 “기소권과 수사권이 분리돼야 최소한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유튜브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 김정은 가족 이야기를 보기만 해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시대와 맞지 않은 법은 약자에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권력자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