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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그만 무어라 전에도 얘긴 마치 애써3월은 여행, 특히 걷는 여행이 다시금 태동하는 시기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이다. 그중 섬은 트레킹 초보들에게 권하고 싶은 완벽한 인프라를 지녔다. 굳이 멀리 떠날 필요도 없다. 배 타고 10~15분이면 닿을 작고 예쁜 섬도 즐비하기 때문이다. 통영의 만지도와 연대도가 대표적이다.



명품 마을, 만지도
만지도와 연대도는 통영 미륵도(산양읍) 남단에 바싹 붙어 있다. 고만고만한 섬 속에 묻혀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두 섬이 명소로 떠오른 것은 2014년, 길이 98m의 현수교가 놓인 다음부터다. 각각 별도였던 동선이 하나로 이어지자 자연의 규모는 물론 트레킹의 거리 또한 슈퍼직장인 두 배로 늘었다. 비로소 볼 만한 섬, 걸을 만한 섬이 된 것이다. 게다가 출렁다리마저 통영의 대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으니 관광객의 숫자는 기다렸다는 듯, 급속도로 증가했다.
일단 만지도부터 소개하자면 만지도는 2017년, 전국에서 14번째로(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는 3번째로) 명품 마을에 선정된 섬이다. 명품 마을은 자연생태계의 보전과 지 새희망홀씨 햇살론 속가능성 그리고 국립공원의 특성이 잘 반영됐음을 의미하는 영예로운 칭호다.
만지도의 매력은 아기자기함에 있다. 곰솔군락과 능선에 포근히 안겨 있는 파스텔 톤 지붕들, 식당과 카페를 포함해 머무는 자들을 위한 펜션까지 갖추고 있다. 선착장에서 만나게 되는 도서관도 특별하다. 내부의 민트색 무인함 속에는 스탬프가 놓여 있다. 만약 '섬·바다 연차휴가계산기 여권'을 가지고 왔다면 찍어서 인증하면 된다.



출렁다리 위를 걸으면 두 섬의 기운이 합쳐져 소원을 이뤄 준다는 속설이 있다





파란 바다색과 어우러져 한국장학재단 등록가능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만지도 마을 지붕들


▶섬·바다 여권이 뭔데요?섬·바다 여권은 해상 및 해안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이 여행을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 여권이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신청받고 한려해상, 태안해안, 다도해해상, 변산반도 등 4개 국립공원 20곳에서 현장 배포했다. 그러나 일 개인회생 파산면책 찌감치 동이 난 탓에 중고 장터에서 1만5,000원에서 4만원에 이르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레어템'으로 변신했다. 아무튼, 인증 도장의 사용 기간은 올해 말까지. 여권 소지자는 국립공원 지역 상점 270곳에서 품목별 5~10%의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불쑥 날아와 앉은 외가리마저 풍경의 일부가 되는 연대도 항


바다와 섬을 아우르는 만지도 몬당길
만지도 걷기 길의 이름은 '몬당길'이다. 몬당은 고개를 가리키는 방언이다. 선착장을 기점으로 몬당길은 해안데크, 욕지도 전망대, 만지봉, 바람길 전망대를 지나 출렁다리로 이어진다. 만지봉으로 오르는 탐방로 중간지점에는 섬의 명물인 '200년 해송'이 솟아 있다. 200년 전은 만지도에 사람들이 정착한 시점이다. 트레킹에 의미를 두지 않는 탐방객들도 200년 해송만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섬의 역사와 함께해 온 노송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해풍을 이겨 냈던 꼿꼿한 기운을 받기 위해 누구나 한 번씩 안아 보고 간다는 200년 해송


바람길 전망대는 마을 뒤편 능선 위에 놓여 있다. 맑고 푸른 통영 바다와 두미도, 노대도, 욕지도를 조망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반대편의 전망도 좋다. 마을과 만지항 그리고 학림도의 모습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어느 방향이든 셀프 포커스마저 기막히게 완성되는 포토존이다. 출렁다리는 만지도와 연대도 여행의 기념숏을 담을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그런 이유로 주말과 성수기에는 정체가 빈번하다.



바람길 전망대는 통영의 섬과 바다를 두루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쉼터다


무공해 청정 섬, 연대도를 걷는 의미
연대도는 오히려 수수한 느낌이 있어 좋다. 비록 길이는 짧지만,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4구간인 연대도 지겟길이 섬을 지난다. 길이는 2.3km,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과거 연대도는 통영시가 추진한 에코아일랜드사업에 최초로 선정된 이후 청정 생태 여행지를 지향해 왔다. 화학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섬에서의 트레킹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같은 바람과 햇살이라도 훨씬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만지봉에 서면 연대도까지 이어진 해안과 섬 능선이 아름답게 조망된다


연대도 마을 뒤편에는 몽돌해변이 있다. 큼지막한 바위가 물때에 따라 이어지고, 딴 섬이 되며 기막힌 장면을 연출한다. 본 섬의 벼랑과 바위 사이와의 간격은 매우 좁아 마치 V자 협곡과 같은 러프함이 있다. 풍광이 워낙에 뛰어나다 보니 과거에는 이곳으로 백패킹을 오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국립공원 내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의 야영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게다가 이제는 관리 감독마저 엄격해서 언감생심이다. 대신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려면 섬의 북쪽 해안에 있는 에코파크 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 시설은 잔디 및 데크 사이트 그리고 숙박동까지 갖추고 있다.



골목을 따라 옛 시절의 흔적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고즈넉한 연대도 마을


만지도나 연대도의 골목을 지나다 보면 낡은 지붕과 담벼락 그리고 그 너머 한동안 잊고 지냈던 시절의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애틋한 순간을 사진에 담아 추억을 소환해 보는 것도 섬 여행의 묘미다. 이렇듯 비슷한 자연과 문화적 환경을 가지고 있는 두 섬이지만, 걷다 보면 또 다른 개성을 발견하게 된다. 올망졸망 톡톡거리다 편안함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3월, 성수기에서 벗어난 여유로운 달. 만지도와 연대도로 떠나기 딱 좋은 시기다.



협곡을 연상케 하는 몽돌해변의 뒤편으로 섬처럼 떠 있는 만지봉


여객선▶ 달아선착장(통영시 산양읍) → 연대도/ 만지도선착장 4~5회 운항(25분)▶ 연명항선착장(통영시 산양읍) → 만지도선착장 8회(15분)* 주말 및 공휴일 30분 간격 운항/ 인터넷 예매 할인
만지도 연대도 종주 트레킹▶ 길이 : 6.8 km▶ 소요시간 : 3시간 30분▶ 코스 : 만지선착장 → 해변 데크길 → 출렁다리 → 몽돌해변 → 연대도 지겟길 → 북바위 전망대 → 오곡도 전망대 → 연대봉 → 연대 선착장 → 출렁다리 → 만지도 직녀길 → 폐교 터 → 200년 해송 → 만지봉 → 욕지 전망대→동백숲 → 만지선착장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