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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식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스·석유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시사했다.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이 있었던 3월4일(현지시각)에는 이 구호가 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선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알래스카주에 세계에서 가장 거대 갈매 더샵 나인힐스 한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수조달러를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우리가 안 되는 사업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구체적인 내용과 상황 등을 검토한 이후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를 무기로 든 미 정부를 의식해 한 대부사 국 정부가 알래스카산 LNG 수입 또는 개발 참여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을 홍보한 것이라 하더라도, 국내 증시에선 즉각 관련주들이 주목받았다.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전일 대비 10% 이상 상승했고,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에 ‘케이(K)-조선 호재’라는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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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이처럼 돌아갈 때, 한국가스공사·조선업계의 수혜 뉴스를 착잡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2월11~15일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알리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선주민 웻수웨튼(Wet’suwet’en)족이다. 이들은 유럽인들이 북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전부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지 우리은행 전세자금대출 한도 역에서 거주해온 선주민 집단인데, 과거 그들 조상의 목소리가 묻혔듯 이제 자신들의 거주 지역을 관통하는 ‘LNG 운송관 건설 사업’ 앞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 사업에 자회사를 통해 ‘LNG캐나다’ 지분 5%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참여했고, 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도 운송된 LNG를 수출하는 부유설비 및 운송선 건조에 참여하는 방식 우리은행 적금 추천 으로 연계돼 있다.



2025년 2월 ‘캐나다 액화천연가스(LNG) 운송관 건설 사업’의 환경파괴와 선주민 인권 침해를 알리기 위해 사업 투자국인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 웻수웨튼족이, 일본의 한 해안가에서 LNG 운송선을 건조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웻수웨튼족 제공


“저는 누구입니까? 캐나다에게 저는 추장(민족 지도자)이 아닙니다. 그들이 진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장애물’일 뿐입니다. 진보가 모두 파괴라면, 저는 그 진보의 일부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2월14일 기후솔루션 세미나가 열린 서울 성동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웻수웨튼족 민족지도자 나목스가 말했다. 웻수웨튼족이 거주하는 지역의 운송관은 로키산맥에서 출발해 서부 해안까지 약 700㎞에 이른다. 운송관 사업 과정에서 웻수웨튼족의 충분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을뿐더러, 사업에 반대하는 선주민을 시위 과정에서 다수 체포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인타’(Yintah)는 이들의 저항과 이들이 받은 인권 탄압을 알리는 내용인데, 그 가운데는 캐나다 공권력이 운송관 건설 및 숲 파괴에 반대하는 선주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 등도 포함돼 있다. 국제앰네스티도 5천 명 넘는 선주민 집단인 이들 민족에 대한 인권침해를 조사해 2023년 보고서를 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안나 마리 홀랜이란 선주민은 자신을 ‘시위자’로 보는 시선에 대해 이렇게 반발한다. “저는 시위자가 아니에요. 이 땅을 지키려는 사람입니다. 제가 이 일(운송관 건설 저항)을 하는 건 우리 (민족의) 아이들만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에요. 모든 사람의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거예요. 바로 미래세대요.”
현재 ‘LNG캐나다’는 생산 용량을 두 배 늘리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기업들의 추가 투자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웻수웨튼족 대표단은 이 시점에서 추가적 투자와 환경 파괴,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투자국인 한국과 일본을 연달아 방문했다. 한국가스공사 쪽은 웻수웨튼족과 면담했지만 “피해 상황에 대해 알지 못했다” “우리는 적은 지분만 갖고 있어 직접적인 결정권이 없다”는 등의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큐멘터리 ‘인타’의 한 장면. 웻수웨튼족 대표단은 “브리티시컬럼비아와 앨버타 북부라고 불리는 북동부 지역을 들여다보면 흉물스럽게 엉망이 돼 있다. 예를 들어 수압파쇄를 위한 시추 현장만 봐도 수천 개가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인타’의 한 장면. 캐나다 액화천연가스 운송 사업에 반발하는 웻수웨튼족의 일원이, 파괴되는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이 사안은 2023년 유엔인권이사회 특별절차에 진정됐고, 기업과인권네트워크(한국 기업의 국외사업과 관련된 인권, 노동, 환경 문제를 감시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내 인권·노동·환경·공익법단체의 연대체)도 한국가스공사에 관련 질의를 보냈는데, 한국가스공사는 “인권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면서도 “배관의 소유자이자 운영자가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허가를 득하였고, 이해관계자 및 원주민들과 보상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강미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캐나다의 선주민 정부 체계는 두 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세습족장이 통치하는 전통적인 체계가 있는 한편, 캐나다 정부가 선주민 통제를 위해 만든 법에 따라 보호구역을 관장하는, 의회에서 선출된 지도자가 의장을 맡는 체계도 있다”며 “캐나다 시행사와 한국가스공사는 20개 의회 쪽과 계약을 체결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실제 파이프라인은 전통적 영토를 지나기 때문에 세습족장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웻수웨튼족 대표단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997년 캐나다 대법원이 세습족장의 영토권을 인정한 판결이 있는데, 최근 캐나다 정부는 그런 권리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5년 2월14일 서울 성동구 기후솔루션 사무실에서 캐나다 LNG 사업의 문제를 알리고 있는 웻수웨튼 대표단. 웻수웨튼족은 LNG 개발 사업에서 가장 밑단에 위치한 ‘선주민’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친환경 자원으로 볼 수 없는 LNG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전세계 과학자 수천 명이 참여해 기후위기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 세계 최고 권위 보고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믿지 않는다. 2월22일 시엔엔(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IPCC 보고서 작업에 미국 정부 소속 과학자는 더는 참여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LNG 개발 및 K-조선업 수혜’가 기후위기에 뜻하는 바는 뭘까.
LNG는 석탄에 견줘 이산화탄소를 절반 수준으로 배출해 비교적 친환경적 화석연료로 인식된다. 그러나 개발 과정을 생각해야 한다. 땅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하고, 액화플랜트(액상화 공장)에서 액화하고, 운송관이 미처 도달할 수 없는 거리까지는 LNG 운송선으로 장거리 이동한다. 도착지에선 다시 가스로 전환한다. 천연가스를 액화하기 위해 영하 163도로 온도를 떨어트리는 과정, 선박 연료, 이산화탄소보다 더 많은 열을 가두는 메탄 누출 등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친환경’이라고 볼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독일의 기후 분석 전문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2024년 10월 낸 보고서(‘여전히 표류 중인 미래: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LNG 선박 건조 사업에 미치는 영향 평가’)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막기 위해선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화석연료 채굴 및 소비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하지만, 현재 정부 정책과 민간 부문의 움직임을 볼 때 전세계 모든 LNG 수요를 합친 것보다 많은 LNG가 생산, 운송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에너지 전환을 막는 큰 위험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는 2050년 전세계가 ‘탄소중립’(산업혁명 시기에 견줘 지구 평균기온 1.5도 이하 상승 목표)에 이르게 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LNG 선박 공급은 수요에 비해 2030년엔 62%, 2035년엔 154% 초과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은 LNG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할 뿐 아니라 한국 기업이 바다 위에 떠 있는 LNG 터미널을 짓고,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등 긴밀하게 공급망 속에 연계돼 있다”며 “특히 전체 LNG 공급망 추이를 보면 LNG 공급 물량은 늘고 있는데 수요는 줄고 있어 무작정 투자하면 적자가 나기 쉬운 상황이라 사업성 관점에서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과 자원의 지속보다 중요한 것
웻수웨튼 민족 지도자 나목스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 파괴의 지도자가 아니라 리더가 돼달라”며 “돈과 자원은 잠깐만 지속될 뿐이지만, 우리가 제대로만 한다면 인류는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인타’의 한 장면. 과거 웻수웨튼족이 캐나다 공권력으로부터 인권 탄압 받는 장면. 선주민 인권 탄압 문제는 캐나다 역사의 치부다.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