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영인 씨의 생전 모습 (유족 제공)


지난 13일 오전 부천제일시장을 찾은 최서영씨, 평소에도 자주 가던 곳이었지만, 그 날은 유독 즐거웠습니다. 하루 뒤가 남편 생일이라, 맛있는 걸 잔뜩 사서 파티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최 씨의 옆에 서있던 사람은 보기만해도 든든한 23살의 아들 문영인 씨.아들과 함께 고기 등 이것저것 음식을 잔뜩 사고 마지막 가게에 들려 최 씨가 과일을 결제 하려는 순간, 갑자기 굉음이 들렸습니다. 1톤 화물차가 좁은 시장길 130여 미터를 돌진하며 스무명 이상을 백경게임랜드 덮친 겁니다.



사고 현장에 쓰러져있는 문영인 씨 모습 (유족 제공)


황급히 뛰어 나가보니 점포 밖 시장 통로에 있던 아들이 머리를 크게 다친 채 쓰러져있었습니다. 아들 머리 주변엔 피가 흥건했습니다. 당시엔 의식이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는 악화됐습니다. 통행로가 비좁고 사상자도 많은 탓에 아들은 1시간 30분 뒤에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영인 씨는 의식을 되찾지 못 하고 23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착하기만 했던 내 아들, 내 동생
최서영 씨에게 문영인 씨는 '따뜻한' 아들이었습니다. 설거 사이다쿨접속방법 지나 분리수거 부탁을 하면 한 번을 거절하지 않았고, 엄마 손에 무거운 짐이 있으면 본인이 가져가 들었습니다. 최 씨가 소화를 못 시키면 등을 두들겨주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수건을 가져다 주는 아들이었습니다. 갓 돌 지난 조카도 살뜰히 챙기는 삼촌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 누나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순둥이 같은 동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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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영인 씨가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유족 제공)


'외로운' 아들이자 동생이기도 했습니다. 영인씨는 지적장애가 있어 외출이 잦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런 아들이 유달리 좋아했던 곳이 부천제일시장이었습니다. '영인이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왔냐'며 반겨주는 상인들이 있어 사람 냄새가 났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그런 사고가 났다는 게 가족들은 더 믿기지가 않습니다.
■ "천사 같은 아들, 끝까지 천사 역할"…5명에게 새 삶 주고 떠나다
엄마 최서영 씨는 막상 아들의 장기기증을 생각하자, 심장이 멎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호흡 곤란도 왔습니다. 그런 최 씨가 기증이란 선택을 한 건 순전히 아들의 뜻이라고 했습니다.

최서영 씨 /고 문영인 씨 어머니
"아들에게 기도했어요. 네가 많은 사람을 살리고 싶으면 버텨주고, 싫으면 지금이라도 내려놓고 가도 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몸이 움찔 하는 거예요. 엄마 말 들리는구나 생각했어요. 영인이가 위급상황에서도 잘 버텨서 뇌사 상태가 돼서 기증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 천사가 끝까지 천사 역할을 하고 간 건예요. 우리 아이는 나에게 천사였구나. 내가 천사를 못 알아봤구나...."



영인 씨는 신장, 콩팥 등 장기 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삶을 주었습니다. 가족들은 장기기증을 통해 당장 어려운 이들의 삶을 살리는 것과 함께 영인 씨가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최서영 씨 /고 문영인 씨 어머니
"영인이가 죽었다고 생각하면 제가 못 견딜 것 같아요. 우리 아들은 다시 태어났다. 죽은 게 아니다. 다시 새롭게 태어나서 좋은 가정에 가서 대학교도 가보고 결혼도 해보고 아이도 낳고 여행도 다니고 행복하게 살으라고....다른 사람 몸에 가서 이렇게 심장도 뛰고 있으면 살아있는 거잖아요. 죽은 거 아니잖아요."


엄마는 여전히 마음에 사무치는 게 많습니다. 시장에 오느라고 아침을 부실하게 먹인 것부터 더 안아주지 못 한 것 까지 후회만 듭니다. 최 씨는 "그렇게 갈 줄 알았으면 차라리 쓰러져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줄 걸 그게 제일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최 씨는 "가정이 파탄 나는 이런 아픔, 고통 없애기 위해선 이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 경찰, '페달 오조작' 결론…사고 운전자 구속 송치
이번 사고로 사망자는 4명, 부상자는 18명으로 총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페달 오조작을 사고 원인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운전자가 페달 조작 실수를 인정한데다, 페달 블랙박스에도 가속 페달을 밟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또, 운전자가 지병을 언급한 건 선처를 바라는 취지였을 뿐,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고 사고 당시 갑자기 증상이 발현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고려됐습니다. 운전자의 뇌질환은 5년 전 발병했는데, 이번 사고 전까지 접수된 사고 내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하는 한편,차량 감정 결과와 의료 자문 결과를 받는대로 검찰에 추가 송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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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수 기자 (j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