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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종교의 세계. 한국일보 종교기자가 한 달에 한 번씩 생생한 종교 현장과 종교인을 찾아 종교의 오늘을 이야기합니다.




송원섭 신부가 22일 인천 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임지훈 인턴기자



별바라기의 진짜 과업은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을 믿게 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여정은 오래 걸릴 수 있다. 때로는 되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함께 걸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도 우리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이자율 는 믿고 있다.

'송원섭 신부와 별바라기 이야기' 중

가정이 해체되거나, 가정에서 버려지거나, 가정 폭력에 시달렸거나. 갈 곳 없는 아이들은 보육원에서 성장한다. 보육원 아이들은 19세부터 자립해야 한다. 물리적인 나이로 성인이 된 아이들은 기댈 곳 하나 없이 세상에 던져진다. 소상공인지원자금 정부는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자란 19~24세 청년을 자립준비청년으로 분류해 정착금 등을 지원하지만 현장에선 자립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46.5%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10명 중 1명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움이 시급한 이들에게 천주 제1금융권적금 교가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천주교 인천교구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은 2010년 인천 부평구 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를 열었다. 별바라기는 만 19~24세 자립준비청년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등 자립을 돕는다. 현재 자립지원관에서 머무는 자립준비청년은 64명, 자립했지만 고립 상태로 후원금 지원 등을 받는 인원이 40여 명이다.
2013년 고려저축은행다이렉트론 별바라기에 합류해 관장을 맡고 있는 송원섭 신부가 자립청소년 사례를 담은 책 '송원섭 신부와 별바라기 이야기'를 지난달 출간했다. 22일 인천에서 그를 만나 자립준비청년들의 얘기를 들었다. 송 신부는 자립에 실패한 청년들을 무수히 만났다고 했다. 자립했지만 일자리를 잃고 연락할 사람 없이 은둔 상태로 돌아간 아이들도 많다. 그는 "준비가 충분했다고 생각하고 생애최초주택구입 자립해도 건강한 삶을 이어가지 못한 경우도 많다"며 "밝고 씩씩한 아이였는데 갑자기 몸에 마비가 와서 보니 영양실조가 원인이었다"고 했다.
송 신부는 자립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신적 결핍을 꼽았다. 몸은 컸지만,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받았어야 할 애정을 받지 못해 성장 과업을 이루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송 신부는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서 지내다 보니 스킨십이 적고 언어발달, 자기 효능감, 자존감이 없고 타인과 소통이 감각적으로 느린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가정이나 보육원에서 학대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물지 않은 경우도 많다.



22일 송원섭 신부가 직접 인수해 자립청년 직업 훈련 공간으로 운영하는 인천 서구 편의점 앞에서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임지훈 인턴기자


그런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믿어 주는 어른'의 존재다. 별바라기에는 자립에 실패한 아이들을 24시간 돌봐주는 자립지원관들이 있다. 집안 관리, 일상 관리, 대인관계, 사회성, 위생 관리, 면접 보는 법, 자신감 있게 말하는 법 등을 일일이 가르친다. 정신질환을 겪는 청소년의 경우는 전문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를 제공한다. 4년 전부터는 근처 편의점과 손잡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 5월부터는 아예 별바라기가 편의점 1곳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24세가 넘어 자립하지 못하면 국가 지원은 중단된다. 이 경우에는 기관 후원금으로 보조해 완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립에 성공한 청년들도 수시로 자립준비청년들을 찾아 돕는다. 물론 자립 후에도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다시 시설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자립 청년들을 품는 부모와도 같은 공간이다.
송 신부도 청년들을 돌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새벽 편의점 근무를 힘들어하는 청년을 대신해 근무를 선 적도 있다. 믿어 주는 어른이 한 명만 있어도 아이들은 스스로 변했다. 평생 겪은 적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송 신부는 "아이들이 조금만 힘들면 충동적으로 포기하고, 일을 그만둬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힘들 때 함께해 줄 어른만 있다면 조금 더 참고, 깨닫고, 성숙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별바라기' 소속 자립준비청년과 자립 선배 청년들이 어울려 운동회를 하고 있다. 송원섭 신부는 "정서적·경제적 자립만큼 공동체 유지를 통한 자립이 중요하다"면서 "자립 청년이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도 쉽고 챙겨 주는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인생산책 제공


송 신부가 사제의 길을 걷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자녀 양육의 어려움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 동생들을 많이 돌보며 자녀를 기르는 것이 힘들 것 같아 사제의 길을 택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동생보다 더 많은 자녀의 아버지가 됐다"고 웃었다. 그는 "아이들을 만난 것은 운명이었다"며 "병자와 가난한 이들을 도우신 예수님처럼 이타적 삶을 살아야 한다면, 가장 열악하고 몸과 마음이 아픈 위기의 청년들을 도와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길에 동참하겠다며 공감하는 후배 사제도, 격려해 주는 선배 사제도 많다. 인천교구 주교단도 별바라기를 찾아 "교구 차원에서 도와야 한다"며 새 보육시설을 건립하는 데 손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송 신부는 이제 더 많은 아이들을 돕기를 희망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이 되기 전인 19세 이전의 아이들을 돕기 위한 보육시설 설립을 준비 중이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정부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립준비청년을 지지해 주고 믿어 주는 어른(사례관리자) 양성이 시급하다.
사회적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송 신부는 "아이들이 더디게 성장하는 것은 게을러서, 지도를 받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어린 시절의 결핍 때문"이라면서 "성장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몇 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해하고 따뜻하고 포용적으로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송원섭 신부와 별바라기 이야기' 책표지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